Korean Journal of Health Education and Promotion
[ Article ]
Korean Journal of Health Education and Promotion - Vol. 41, No. 1, pp.89-103
ISSN: 1229-4128 (Print) 2635-5302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Mar 2023
Received 22 Feb 2024 Revised 20 Mar 2024 Accepted 20 Mar 2024
DOI: https://doi.org/10.14367/kjhep.2024.41.1.89

활동적 생활을 위한 “서울에서 걷기”의 의미와 양상 탐색

조은별* ; 이채림* ; 김동하** ; 유승현***, ****,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과 박사과정
**대진대학교 보건경영학과 조교수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 겸임교수
Exploring the meanings and aspects of urban walking in Seoul for active living
Eunbyeol Cho* ; Chaerim Lee* ; Dong Ha Kim** ; Seunghyun Yoo***, ****,
*Doctoral Student, Department of Public Health Sciences, Graduate School of Public Health, Seoul National University
**Assistant Professor, Department of Health Administration, Daejin University
***Professor, Department of Public Health Sciences, Graduate School of Public Health, Seoul National University
****Adjunct Professor, Institute of Health and Environment, Seoul National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Seunghyun Yoo Department of Public Health Sciences, Graduate School of Public Health, Seoul National University, 1, Gwanak-ro, Gwanak-gu, Seoul, 08826, Republic of Korea 주소: (08826) 서울시 관악구 관악로 1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Tel: +82-2-880-2725, Fax: +82-2-762-9105, E-mail: syoo@snu.ac.kr

Abstract

Objectives

This study aimed to gather thoughts and opinions of Seoul residents regarding their experiences of walking in the city, and identify patterns from the perspective of active living.

Methods

This study used the applied qualitative research design with focus groups. Purposive sampling was implemented based on age, sex, residential area, and level of walking. Twenty adults living in Seoul were recruited, and four focus groups were organized. Data were collected from December 20 to December 21, 2018, and analyzed through pattern finding.

Results

While the impact of walking was commonly recognized in terms of emotional well-being and social relationships, perceptions of its effectiveness as a physical fitness activity varied by age and sex. The participants felt that the compactness of Seoul provided easy access to various places and ample opportunities for walking. However, overcrowding and traffic congestion made it difficult for them to walk comfortably. This led to negative emotions regarding everyday walking in Seoul; nonetheless, they voluntarily practiced walking as part of their daily routine, but preferred to go outside their neighborhoods for leisure walks.

Conclusion

Walking patterns based on the structural context of the city and demographic features should be understood and applied to the policy.

Keywords:

urban walking, active living, compact city, focus group, qualitative research

Ⅰ. 서론

좌식생활이 점차 확산하는 현대 사회에서 걷기가 갖는 건강증진의 가치는 크다(Owen, Sparling, Healy, Dunstan, & Matthews, 2010; Scherder et al., 2014;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2020). 걷기는 다른 신체활동에 비해 특별한 기술이나 장비, 시설이 필요하지 않으며, 성별, 연령, 민족, 교육 및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건강행동 중 하나이다(Lee & Buchner, 2008). 걷기를 통해 심혈관 질환, 당뇨병, 비만, 암과 같은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USDHHS], 1996; WHO, 2006; Hanson & Jones, 2015). 더불어 걷기는 수면, 기억력, 사고 및 학습 능력을 향상하며, 우울과 불안 증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Robertson, Robertson, Jepson, & Maxwell, 2012; Kelly et al., 2018; Kotera, Lyons, Vione, & Norton, 2021). 일상 속 걷기를 통한 활동적 생활(active living)의 실천은 지역사회와의 상호작용 기회로도 활용된다는 점이 보고된 바 있어(Edwards, Tsouro, & Kahlmeier, 2006), 걷기가 갖는 사회적 측면에서의 이점 역시 재차 조명되고 있다.

안전하고 활력 있는 지역사회의 조건 중 하나로 일상생활 속 걷기가 주목받으면서, 각 국가는 도시 차원에서 걷기를 증진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보행친화적인 환경을 구현하기 위한 여러 전략을 수행해 왔다. 한국도 2012년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법적으로 보행권을 규정하고 이를 정부가 보장하도록 추진하였다(Korea Transport Institute [KOTI], 2015).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는 5년 단위로 수립하는 보행환경 개선 기본계획에 따라 보도, 도로, 간판 등을 개선하고, 매년 수립하는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사업을 통해 걷기 프로그램, 상담, 캠페인, 동아리 등을 추진하며 걷기를 증진하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펼쳤다(Kim, Kang, & Yoo, 2021).

하지만 국내 성인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걷기를 비롯한 전반적인 신체활동 수준은 정체 혹은 악화하는 추세이다. 대표적인 신체활동 지표로 여겨지는 유산소 신체활동 실천율은 2014년 전국 58.3%에서 2022년 53.1%로 감소하였고, 하루 중 좌식시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증가하여 신체활동 부족(physical inactivity)에 대한 우려가 크다(Korea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Agency [KDCA], 2023a; Seo, Oh, & Yang, 2022). 아울러 최근 몇 년 동안 인구사회학적 특성에 따른 신체활동 수준 차이가 심화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Kim et al., 2013; Kang et al., 2018). 신체활동의 또 다른 대표지표인 걷기실천율은 2014년 전국 37.5%에서 2022년 47.1%로 증가하였으나, 성별, 연령, 지역에 따른 격차는 오히려 벌어져 건강 형평성 측면에서 점차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이다(KDCA, 2023b).

공공의 노력과 걷기실천 결과 사이의 간극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걷기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이해가 요구된다. 지금까지 걷기를 다룬 연구는 주로 개인의 걷기실천 여부, 빈도, 요인 등 정량적인 자료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고, 비교적 최근에 등장하기 시작한 질적 접근 역시 노인이나 청년, 남성이나 여성과 같은 특정 하위집단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했다는 한계가 있다(Kim & Yoo, 2022; Kim, 2020; Jeong, 2023; Roh, 2022). 사람들이 걷는 목적이나 양상이 서로 다르고 이러한 차이에 이유가 있다면, 걷기라는 행동과 관련된 전반적인 판세를 파악하여 이를 건강증진 부문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걷기는 개인적, 환경적, 사회문화적, 구조적 요인 등이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현상이기 때문에(Loukaitou-Sideris, 2020), 이를 효과적으로 증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인 간의 관계나 흐름을 읽어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국내 인구 중 약 92%가 도시지역에서 거주하고 있음을 고려하였을 때(Korea Land and Geospatial Informatix Corporation, 2023), 도시가 제공하는 환경 속에서 걷기가 어떤 방식으로 수행되고 있는지 맥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중에서도 서울은 전국적으로 걷기실천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자(KDCA, 2023b), 중앙정부보다 앞서 적극적인 보행친화정책을 펼친 도시이다(Seo & Kim, 2019). 동시에 서울은 대표적인 압축 도시(compact city)이다. 압축 도시란, 도시 스프롤 현상(urban sprawl)과 상반되는 개념으로 상대적으로 밀도가 높고(high-density), 토지이용의 용도가 복합적이며(mixed land-use), 걷기와 자전거 타기를 장려하는 환경과 효율적인 대중교통 시스템을 갖춘 도시를 의미한다(Burton, 2000). 국제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서울과 같은 아시아권 도시는 서구권에 비해 압축 도시의 조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평가되어왔기에, 본 연구에서도 서울을 압축 도시로 명명하였다(Bay & Lehmann, 2017; Kwon, Oh, Choi, & Kim, 2023). 주거, 상업, 업무 등 여러 용도의 기반시설이 서로 혼합된 서울의 구조적인 특성은 다양한 목적의 걷기실천과 보행량 증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Im, Lee, & Choi, 2016; Seong, Lee, & Choi, 2021). 이러한 맥락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생활하는 시민이 걷기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점과 경험을 종합적으로 살펴봄으로써 발견되는 패턴이나 갈래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방식인지 밝히려는 목적이 있다. 보편적 건강행동이라 여겨지는 걷기와 관련해 집단별로 공통되거나 독특한 인식 또는 행동 방식이 존재한다면, 이에 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도시의 환경적 조건과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연구목적에 따른 연구질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서울에서 걷는 사람들은 걷기라는 행동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둘째, 서울에서 걷기를 둘러싼 도시환경의 맥락적 상황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셋째, 서울에서 걷기는 어떤 방식으로 실천되고 있는가?


Ⅱ. 연구방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사람들이 걷기와 관련된 자기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두고 응용 질적연구 설계(applied qualitative research design)를 따른다(Luciani et al., 2019). 비교적 최근부터 응용 학문 분야에서 시행되는 질적연구는 철학, 인류학, 사회학과 같은 이론적 학문의 초점이나 성격 면에서 차이가 있기에, 전통적인 방법론적 경직성에서 벗어나 고유한 문제의식에 맞는 설계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Thorne, 2011). 보건학 분야의 응용 질적연구 설계는 연구 참여자가 스스로 인식하는 건강 경험과 이를 둘러싼 맥락적 요인을 풍부하게 탐색하려는 특징이 있기에 도시에서 걷기를 다각적으로 탐색하려는 본 연구 목적에 적합하다.

더불어 본 연구는 2018년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시행된 걷기 관련 포커스 그룹 자료를 활용하였다. 자료가 수집되었을 당시에는 서울의 보행정책 전략이 시민들의 활동적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지만, 본 연구진은 해당 자료가 서울이라는 도시환경 속에서 걷는 것에 대한 시민의 경험과 인식을 풍부하게 서술하고 있음에 주목하였다. 더해서, 다양한 인구사회학적 조건을 가진 시민을 한곳에 모아 걷기에 관한 생각을 공유하고 집단토론 과정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비교 및 평가하는 방법론적 특징을 가지고 있어(Rabiee, 2004), 여러 생태학적 요인에 따라 유사하거나 다르게 나타나는 도시 속 걷기 양상을 탐색하기에 유리하다고 판단하였다.

2. 연구대상 지역

연구대상 지역인 서울은 1998년 제1차 서울시 보행환경 기본계획을 수립한 이후, 2013년부터 보행친화도시로서 비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였으며, 2016년 ‘걷는 도시, 서울’ 종합계획 발표 이후에는 정책의 방향성을 사람 중심으로 전환하였다(Lee & Jeong, 2019). ‘걸을 수 있는 도시’, ‘걷기 쉬운 도시’, ‘걷고 싶은 도시’, ‘함께 걷는 도시’로 구분되는 4개 분야 35개 사업을 시행하며, 서울은 도로 다이어트, 도심 보행거리 조성, 보호구역 설정, 걷기 마일리지 프로젝트 등의 정책을 통해 자가용보다 보행자와 자전거의 편의와 안전을 증대하기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Lee & Jeong, 2019; Seo & Kim, 2019). 포커스 그룹 자료가 수집된 시기는 서울 내에서 이러한 정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동시에 서울 시민의 걷기실천율이 증가하던 때이며, 코로나 팬데믹 이전으로서의 시공간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3. 자료수집

포커스 그룹 참여자는 만 19세 이상의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목적 표집(purposive sampling)을 통해 모집하였다. 성별, 연령대, 거주지역(생활권 기준), 걷기실천율이 다양하면서도 충분한 수의 참여자를 확보하기 위해 조사회사를 통하여 등록된 패널에게 이메일을 보내 연구를 홍보하였으며, 소정의 사례비가 지급된다는 점이 사전에 안내되었다. 이후 이메일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회사 측에서 유선 전화로 참여 의사를 재확인하였다. 모집된 연구 참여자를 일차적으로 청년층(20~30대), 중장년층(40~50대), 노인층(65세 이상)으로 구분했고, 국제적인 신체활동 가이드라인(USDHHS, 2018)을 참고한 기준에 따라 걷기실천 수준을 분류하였다. 이후 연령대에 따라 50대 이상과 2~40대, 걷기실천율에 따라 적극적 걷기실천군과 소극적 걷기실천군으로 나누어 총 4개의 포커스 그룹을 구성했으며, 각 그룹 참여자의 성별, 지역을 균등하게 배려하였다. 최종적으로 연구에 참여한 서울 시민은 총 20명이었다.

자료수집 시기는 2018년 12월 20일부터 21일까지였다. 포커스 그룹은 서울 지역 내에서 대면으로 시행했으며 각 그룹당 1회씩 자료를 수집했다. 포커스 그룹 방법이 익숙한 연구진이 진행자 역할을 맡아, 조사가 원활하게 전개되고 참여자 간 상호작용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촉진하였다. 조사 진행에 앞서 참여자에게 연구의 목적, 내용, 절차에 관해 설명하고 참여자의 동의서를 받은 이후 조사를 시작하였으며, 발화 순서나 규칙을 서로 합의한 이후 진행하였다. 서울에서 걷는 것에 관한 인식과 태도, 서울에서의 걷기에 영향을 미치는 도시 시스템 차원의 요인, 서울시 보행증진 정책에 대한 의견 등이 주 내용이었으며, 포커스 그룹 진행에 평균 소요된 시간은 약 1시간이었다. 본 연구에서는 4개의 포커스 그룹 자료를 모두 활용하여 분석하였다.

4. 자료분석

포커스 그룹 자료는 패턴 찾기(pattern finding)를 적용하여 분석하였다(Bazeley, 2013). 여기서 패턴은 자료 간에 서로 유사하거나 반복되는 양상,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요소, 연결과정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Sandelowski & Barroso, 2002). 패턴 찾기는 연구 목적에 기반하여 질적 데이터 간 지속적인 비교와 대조를 통해 수행할 수 있는 분석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Miles & Huberman, 1994). 먼저, 자료에 익숙해지기 위해 녹취록을 반복적으로 읽어 이야기의 구조와 흐름을 정리하고 이에 대한 분석적 메모를 작성하였다. 이후 연구 목적에 따라 자료에서 드러나는 걷기 관련 정보를 비교, 대조하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갈래를 정리하였다. 식별된 갈래를 공통된 속성에 따라 묶은 뒤, 표(matrix)와 마인드맵(mind map)을 활용하여 내용을 재차 검토하였고 이를 포괄할 수 있는 패턴을 도출하였다.

5. 연구자의 준비 및 진실성 확보

본 연구진은 모두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장기간 거주하거나 생활하였고, 서울의 환경적 맥락을 이해하기에 충분한 배경 지식을 갖추고 있다. 또한, 연구진 중 일부는 타 도시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어 이와 비교하여 서울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학문적 측면에서는 보건학 중에서도 건강증진 및 도시건강 분야를 세부 전공으로 하며, 걷기나 활동적 생활과 관련된 다수의 연구 및 과제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연구 준비단계에서는 관련 주제의 학술 문헌, 신문 기사, 보고서 등을 다수 검토하여 자료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방법 면에서는 주로 질적 연구설계에 따라 연구를 시행하였으며, 여러 질적 조사방법을 적용한 자료를 직접 수집 및 분석함으로써 연구자의 경험과 직관을 쌓았다.

본 연구는 Lincoln과 Guba (1989)가 제시한 신뢰성, 전이 가능성, 의존성, 확증성에 따라 연구결과의 진실성(trustworthiness)을 확보하고자 하였으며, 다양한 방법 중 상세한 기술(thick description)과 동료 디브리핑(peer debriefing)을 적용하였다. 먼저, 연구진 중 일부는 포커스 그룹이 시행되었을 당시 자료수집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분석 시 발생할 수 있는 공백이나 오류를 최소화하고 자료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다. 또한, 다년간의 질적연구 수행 경력을 갖춘 전문가가 포함된 연구진 내에서 연구의 전반적인 과정 및 내용이 엄밀하게 수행되었는지, 일관성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여 연구수행의 신뢰성을 높였다. 자료 분석 단계에서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분석을 반복적으로 실시하여 편견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였으며,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여러 연구자의 분석을 점검하고 서로의 가정과 분석에 대해 상호 합의하는 과정을 수행하였다. 동시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참여자의 걷기 경험을 중립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충분한 토론을 거치며 연구진 각자의 위치에서 가질 수 있는 인식과 편견을 최소화하였다.

6. 윤리적 고려

본 연구는 주 저자 소속기관의 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통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연구설계, 자료수집 절차, 조사방법의 윤리적 타당성을 검토받았고, 2018년 3월 최종 승인(IRB No. 1806/003-004)을 받은 절차를 준수하여 조사를 수행했다.


Ⅲ. 연구결과

1. 연구 참여자의 일반적 특성

포커스 그룹에 참여한 연구 참여자는 여성의 비율(55.0%)이 남성(45.0%)보다 근소하게 높았고, 평균 연령은 45.2세였다. 서울의 5개 생활권을 기준으로 도심권 거주자 2명(10.0%), 서북권 거주자 3명(15.0%), 동북권 거주자 6명(30.0%). 서남권 거주자 6명(30.0%), 그리고 동남권 거주자 3명(15.0%)이었다. 평균적으로 적극적 걷기실천군은 일주일 중 6.6일, 하루에 86분 걸었고, 소극적 걷기실천군은 일주일 중 3.5일, 하루에 32분 걷는 특징을 보였다<Table 1>.

Characteristics of focus group participants

2. 분석 결과

포커스 그룹 자료를 분석한 결과, 걷기와 관련해 공통되거나 특징적인 갈래들이 총 11가지 발견되었으며, 이를 분류하고 엮어서 총 3가지 패턴을 구성하였다. 3가지 패턴은 ‘긍정적 인식과 소극적 태도 사이의 열쇠: 운동으로서 걷기의 역할’, ‘흥미롭고도 복잡한 압축 도시, 서울’, ‘혼잡한 서울의 일상 속 불만족스러운 걷기’였으며, 이들은 서로 독립적이지 않고 상호 간에 논리적인 연결성을 가지고 있었다[Figure 1].

[Figure 1]

Concept map summarizing findings from the focus groups

1) 긍정적 인식과 소극적 태도 사이의 열쇠: 운동으로서 걷기의 역할

연구 참여자 중 걷기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없었다. 평소 생활 속에서 걷기를 적극적으로 실천하지 않는 참여자들도 있었지만, 적어도 걷는 행위 자체가 자신에게 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걷기가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이미 널리 알려진 지식이며, 그중에서도 정신적 측면에서 걷기가 제공하는 이점은 참여자 모두가 공통으로 인지했다. 걷기는 간편한 속성으로 인해 누구나 쉽게 행할 수 있는 이완 및 환기의 수단으로 여겨졌으며, 사람들은 출퇴근길이나 휴식 시간 등을 활용해 걸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생각을 정리하였다. 또한, 참여자는 배우자, 자녀,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 자연스럽게 걷게 되었다. 걷기는 다른 사람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었고, 함께 걷다 보면 걷기실천의 강도나 지속성 측면에서 효용을 경험하기도 했다. 즉, 걷기로 인해 강화되는 사회적 교류는 다시 걷기 증진으로 이어지며 선순환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2e(30대 남성): (걷기가) 스트레스에 상당히 도움이 되죠. 업무에 지치다 보면 일부러 ‘오늘은 걷자’라고 할 때가 있어요. 강남역이면 선릉역까지 걸어가자. 일부러 30분 이상 걸어서 두 정거장 더 걸어서 가자 할 때가 실제로 많아요.
2a(20대 여성): 생각을 덜 하고 싶을 때 (걸어요). 음악 틀고 걸어가면 잡생각이 사라지니까.
1d(60대 남성): 특별히 걷는 것은 돈도 안 들고 시공간에 크게 제한을 안 받는 것 같아요. 신발만 신으면 걸을 수 있는 거니까. (...) 매일은 제가 못하는데 성내천은 거의 5일 이상 걸어요. 그걸 함으로써 주변에 푸른 것도 많이 보고, 여러 가지 심신도 단련이 되고 아이디어도 발상이 되는 것 같고. 공원 가면 운동하는 사람 많이 있어요. 서로 보고, 등마루도 한 번씩 올라타고 하다 보면 마음이 심신이 건강해지는 것 같고 편안해지는 것 같고 좋습니다. (...) 저희 와이프도 걷고 주변에 친구도 있고. 거기에 50년 가까이 살았으니까 친구들 위아래 많이 있고 우리 나이대는 주변 동네에 그런 걷기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하고 같이 수시로 오가고 해서 같이 다니죠.

걷기에 대한 인식에서 차이가 나타났던 부분은 신체적인 효과였으며, ‘연령’과 ‘성별’에 따라 걷기를 수용하는 방식이 달랐다. 연령대가 낮은 사람보다는 높은 사람이, 남성보다는 여성이 신체활동으로서 걷기를 훨씬 긍정적으로 인식하였는데 그 이유는 걷기를 통해 ‘운동’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몸에 큰 무리가 가는 고강도의 운동이 현재 신체조건이나 건강상태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거나 자신의 신체적 이상을 달성하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었으며, 상대적으로 신체적 부담이 적은 걷기를 꾸준히 실천하면 충분히 건강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반면, 연령대가 낮은 남성의 경우 일상생활 중 걷기에 대한 신체적 효용을 인지하지 못하였고, 흔히 ‘헬스장’이라고 말하는 시설에 등록하여 다니는 행위를 운동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다.

1a(50대 여성): 나이가 드니까 심한 운동을 하면 부작용도 많아요. 걷는 운동을 하는 게 다침이 없이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요. 우리 나이가 지금 갱년기 나이를 지나고 있으니까 걷는 게 확실히 생활에 활력이 되기도 하고요.
3c(50대 남성): 우리 나이대는 적당한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력운동 한다고 해도 좋다고 하면 하루에 10시간도 하겠지요. 그런데 [고강도 운동을] 한다면 몸이 더 안 좋아지니까. 저 같은 경우는 운동이나 걷기 같은 거를 생활화해서 시간 날 때마다 걷고 일을 하다가 중간에도 걷고 합니다.
4f(30대 남성): 가장 좋을 때는 식사 후 걸을 때, 특별히 헬스장을 등록하지 않는 이상은 잘 안 걷죠. 헬스장을 등록하면 헬스장을 가서 걷겠지만 등록했어도 한 번쯤 걸어볼까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걷고 주로 생활 속에서 생각하면 교통편을 이용하기 위해서 걷는 게 주죠.
4d(40대 여성): 저는 예전에 헬스장에 등록해서 해보니까 저한테 안 맞더라고요. 재미도 없고. 그래서 걷기운동을 시작했는데 8년 정도 걸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시간이 될 때는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한강공원이나 우면산 쪽 해서 1시간 반을 걸어요. 그날 못한 운동을 그걸로 채우고 그렇게 해요.

걷기를 운동으로 여기는 참여자는 특정 수준 이상 걸어야 본인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러한 기준점은 주로 양적인 방법으로 표현되었는데 크게 ‘소요시간’과 ‘보행량’으로 구분되었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3~4일 이상, 하루에 3~40분 이상 혹은 7,500보 이상 걷기를 목표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종합해보면, 걷기는 연구 참여자 모두에게 대체로 긍정적으로 인식되었지만, 적극적인 태도 측면에서 차이가 발생하였고, 신체활동으로서 걷기를 인식하고 있는 방식이 이를 가르는 주요 요인이었다.

1d(60대 남성): [걷기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설명하며] 하루에 7,500보, 일주일에 5번은 해야 해. 못하면 나가리 되는 거야. 7,000보 해도 7,500보 안 했으면 끝나는 거야. 계속 꾸준히 해야돼요. 일주일 하면 5번 했잖아요. 5번 하면 3천 원을 줘요. 포인트로 해서 핸드폰에서 차감해줘요. (…) 이게 습관이 되니까 하게 되더라고요. 다니다 보면 7500보 하게 돼요.
3c(50대 남성): 점심 후 밥 먹고 나서도 걷고 생활화로 시간을 내서 한다는 거예요. 일 끝나고 나서 시간 되면 걷고 얼른 못 걸었다 하면 자책하는 게 아니라 다음 날 걷고 그렇게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저는 생활화로 해서 어떤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그렇게 해서 하는 게 5,000보, 10,000보 이렇게 해서 걷고 의도적으로 30분 이상 걷고.
3b(60대 여성): 저도 건강하기 위해서 (걸어요). 나이가 들었으니까. 그 정도예요. 운동까지는 아니고. 많이 걷지를 못해서 효과는 아직까지 모르겠어요.
3b(60대 여성): 운동 목적으로 하려면 하루에 적어도 30분 이상, 3, 4일 이상 걸어야 하는데 그 정도로 꾸준히 못 하거든요. 그래서 조금 늘리려고 생각은 하고 있어요. 노력 중이에요.
2) 흥미롭고도 복잡한 압축 도시, 서울

연구 참여자가 거주하는 서울이라는 도시는 걷기를 실천하는 배경으로서 양면적인 성질을 지니고 있었다. 먼저, 걷기의 매력 측면에서 보았을 때 서울은 걷기를 유도할 수 있는 여러 자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한국의 수도이자 국내 정치, 사회, 문화, 예술의 중심지인 만큼 서울은 다양한 볼거리와 랜드마크를 가지고 있고 걷기 관련 행사, 축제, 프로그램, 특색 있는 거리, 맛집 등과 같은 풍부한 요소들이 시민들을 걷게 했다. 이런 장소나 기회가 고착되지 않고 끊임없이 생겨나며 일종의 유행처럼 확산하기 때문에 곳곳에 걷고 싶은 환경이 마련된다는 점 역시 서울 시민을 걷게 했다. 더불어 서울은 대도시임에도 공원, 산, 하천 등이 다수 분포해있어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를 즐기며 걸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었으며, 현대적인 건축물 사이에 고궁 같은 전통적인 요소들도 함께 섞여 있기에 시민들은 다른 도시에선 보기 어려운 경관을 누리며 걷고 있었다.

1c(50대 남성): 종로구 도심에 오래된 나무 둘레길 걷기 이런 걸 하더라고요. 한 번 신청했는데 신청자가 많더라고요. 테마를 가지고 구 단위에서 꾸준하게 월례행사처럼 좋더라고.
1b(50대 여성): 제가 아는 분이 서초구에 사시는데 동사무소에서 10,000보 걷기 있잖아요. 그걸 해서 순위가 정해지면 상품권을 준다든가 이런 식으로 하는데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2e(30대 남성): 요즘 트렌드가 어떤 길이다 해서 맛집들이 많잖아요. 가로수길이니 뭐니. 저희 동네도 그런 길이 생기기는 생기더라고요. 쌍문동에 쌍리단길 그런 식으로… 서울이 그런 문화에 빠르잖아요. 그런 데에 찾아다니게끔 하는, 걸어 다니도록 특화된.
2d(20대 남성): 서울에서 주관하는 축제나 마라톤 대회, 도깨비 야시장 있잖아요. 그런 거가 생기면 일부러 찾아가게 되고 가서도 걷게 돼요.
2b(30대 여성): 요즘 궁궐 야간개장 많이 해서 다 가봤거든요. 그런 것 보면 좋은 것 같아요. 커뮤니티에서 많이 얘기 돌고 지인들도 입소문 통하면. 어디 가면 이곳까지는 꼭 걸어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하면서요.

반면, 서울은 많은 기회와 자원이 모여있는 만큼 혼잡한 장소였다. 편리한 대중교통 체계는 서울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인데, 이는 시민들이 마음만 먹으면 도시 내 어떤 장소든 이동할 수 있게끔 해준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그만큼 여러 교통수단이 한데 혼재되어 걸을 때 답답하거나 위협적이라는 느낌도 받게 하는 부정적인 면도 있었다. 특히, 자전거나 오토바이, 전동킥보드 등과 같은 이동형 모빌리티가 점차 증가하고 배달이나 택배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서울은 점차 다양한 교통수단이 무질서하게 섞이는 도시로 변화하며 걷기의 장애 요소로 작용하였다. 이 외에도 교통수단이 유발하는 공해나 소음, 대기오염의 결과인 미세먼지 등은 자료수집 당시 시민들의 걷기에 주요한 이슈였고, 연구 참여자들은 걷는 도중 이러한 부정적 요인에 노출되어 오히려 건강에 해롭진 않을까 염려하였다.

2e(30대 남성): 제가 볼 때 (서울은) 무조건 걷게 하는 것 같아요. 지방 사람들 다 차 타고 다녀요. 대구를 많이 가는데 대구사람들 다 차 타고 다녀요. 왜냐면 너무 불편하거든요. 대중교통이 너무 불편하거든요.
4b(30대 여성): (제가) 걸을 때 (보도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전거를 많이 타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서울은 길이 넓게 되어 있다고 하는데, (걸을 때 걷는 길과 자전거가 다니는 길이) 겹치는 경우가 있어서. 저는 위험한 느낌이 들어서 그게 조금.
4f(30대 남성): [이동형 모빌리티를 이용하는 참여자] 법적으로 인도에 타면 안 된다고 알고 있는데 환경은 인도에서 안 탈 수도 없는 환경이라서요. 차도로도 (스쿠터를) 100% 탈 수가 없어서. 동네에서는 인도랑 차도를 번갈아서 타고 있는데 속도 제한이 걸려 있어요. 아무리 올려도 20km/h인데 걷는 분 입장에서는 위험하고 야간에도 위험한 것 같아요.
3c(50대 남성): 개인적으로는 걷기가 사람 몸에 좋으니까. 특히 나이 먹고서는. 환경 자체는 많이 좋아졌는데 시골보다는 아무래도 걷다 보면 자꾸만 막힙니다. 일단 공기가 탁하기 때문에 저녁에 차가 다니는 시내에서 뛰면 몸에 더 안 좋다고 하거든요. 매연을 마셔서.
3a(50대 여성): 요새 미세먼지 가장 심각하잖아요. 요즘에는 나가기가 직장을 다니니까 아침 저녁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다니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나가서 운동하기가 굉장히 불편한 거죠. 심각하다고 하니까.

이렇게 복잡한 기반시설을 갖춘 동시에 서울은 밀도가 높은 도시이기에 수많은 사람이 한정된 장소에 모여 이동 및 생활하였고, 이에 시민들은 여러 불편함을 느끼는 면이 있었다. 길거리를 걸어 다닐 때 사람들과 부딪히는 경험을 자주 하였으며, 이러한 상황에 서로 너무 익숙해져 보행 시 배려하는 문화나 시민의식이 부재한다는 점이 부정적으로 여겨졌다. 더불어 간접흡연 문제도 자주 언급되었다. 길거리에서 앞 사람이 내뿜는 담배 연기로 인해 걸을 때 자주 불쾌함을 느끼는 문제도 결국 사람들이 밀접하게 모이는 공간이 도시 내부에 많기에 발생하는 현상이었다. 치안 측면에서는 서울이 다른 도시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의견이 공통으로 있었으나, 성별에 따라 느끼는 정도는 다르게 나타났다. 서울은 어두운 밤중에도 시민이 안전하고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지만,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덜 밀집한 외진 동네의 보행환경은 여전히 여성에게 방해요소로 인식되었다. 상기 요인의 영향으로 일부 참여자는 오히려 걷기를 꺼리거나 덜 실천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3d(60대 남성): 시내는 혼잡하죠.
3b(60대 여성): 동네도 혼잡해요.
3a(50대 여성): 사람으로도 혼잡하고 차로 인해서도 혼잡하고.
3d(60대 남성): 혼잡하다는 기준이 지역에 따라서 많이 다를 건데요. 제가 어디서 한 번 들었는데 외국 사람들은 다니다가 건드리기만 해도 ‘죄송합니다’하고 지나간대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게 일상이 되다 보니까 가다가 툭 건드려도 그냥 아무 사과 없이 가는 거예요. 그게 너무 생활화가 되고 그게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경우가 있으니까 그게 혼잡하다는 얘기거든요.
4a(20대 여성): 걸을 때 불편한 점은 출퇴근 시간에 걷는 빈도가 높은데 회사 근처고 역 근처라서 그런지 담배를 피우면서 걷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맨날 마주치는 것 같아요. 제가 어쩔 수 없이 출퇴근하는 것 때문에 그렇기는 하지만 불쾌하더라고요. 가만히 서서 피우는 게 아니라 움직이면서 피우니까 냄새가 계속 따라오니까요.

종합해보았을 때 권역마다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서울이 지닌 고밀도와 혼합된 토지이용의 특성은 압축 도시의 양상을 보였으며, 도시 내 다양한 자원과 편리한 교통체계로 대표되는 높은 이동성은 걷기에 모순적인 속성을 부여하였다. 즉, 서울은 걷기에 흥미로우면서도 복잡한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3) 혼잡한 서울의 일상 속 불만족스러운 걷기

지금까지 서술한 ‘걷기’에 대한 인식과 ‘서울’이라는 도시의 맥락이 상호작용한 결과로, 연구 참여자는 개인이 걷기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적극성과 관계없이 일상생활 속에서 걷기를 실천하게 되는 면이 있었다. 서울은 굳이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이동이 용이하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로, 다양한 목적의 걷기가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이들의 걷기는 쾌적하지만은 않았으며, 특히 일상 속 이동 목적의 걷기에서 이러한 응답의 경향성이 두드러졌다.

서울 시민은 혼잡함이라는 도시의 속성을 선호하지 않았고 걸을 때 이를 최대한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학교나 직장 등 평소 생활하는 공간은 사람, 건물, 교통이 복잡하게 밀집되어 있기에 편안하고 여유롭게 걷기 어려웠다. 따라서, 특정 집단은 이동을 위한 걷기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는데, ‘자동차 소유 여부’에 따라 양상이 달라지는 모습이 발견되었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젊은 세대일수록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며, 청년은 특정 목적지로 향할 때 대중교통을 활용하며 걷는 경험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평가하면서 지치고 힘들다고 표현하였다. 이에 반해 차를 보유하고 있는 중ㆍ노년은 차를 두고 최대한 걸어 다니려고 노력한다고 언급하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아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즉, 서울의 환경은 걷기에 대해 이미 소극적인 태도인 집단이 일과를 위해 이동할 때 어쩔 수 없이 걷도록 만드는 동시에 이를 유쾌하지 않은 경험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면이 있었다.

2e(30대 남성): 어쩔 수 없이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차를 항상 이용하는 분들은 밑에 주차장에서 회사 앞까지 가서 살짝 걷는 것 그것밖에 없거든요. 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니까 걸어야 하고, 올라가야 하고 사무실 들어가고, 점심 먹으러 가야 하고, 걷는 게 생활 그 자체예요. 그렇게 하면 하루 걷는 시간이 1시간은 될 수밖에 없어요.
1c(50대 남성): 저희도 마찬가지인데 제 차가 만 10년 됐거든요. 지금 6,000km밖에 안 탔어요. 아내하고 저하고 10년 전에 이미 차를 버리자 생각해서 웬만하면 동네 다 걸어 다녀요. 도심 안에 공해가 심하고 차량이 많은 곳이라면 못했을 거예요. 저희 동네가 그나마 한적하고 인구밀집도가 낮은 곳이에요. 그래서 그런 거지 정말 도심이 있고 그런 데에서는 못 했을 거예요.

결과적으로 참여자는 정해진 일과가 끝난 후, 편안하고 즐겁게 걸을 수 있는 장소를 찾아 나섰다. 첫 번째 패턴과 유사하게 걷기를 운동으로 여기는 고연령 또는 여성 참여자는 답답하지 않고 매력적인 장소에서 걷는 것을 즐겼으며, 이는 주로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사회적 활동의 일환으로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종합해보았을 때, 서울은 걷기를 즐길 수 있는 계기와 장소가 풍부하여 걷기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지닌 집단이 여가 목적의 걷기를 수행하기 좋지만, 일상적인 이동 상황에서는 쾌적하게 걷기가 어려우며, 특히 걷기에 대한 의지가 없는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전반적으로 걷기라는 행동은 참여자 사이에서 긍정적으로 여겨졌지만, 신체활동 측면에서 다른 의미로 수용되었고, 이에 작용하는 압축 도시로서의 환경적 맥락이 결합하여 복잡한 결과를 낳았다.

2d(20대 남성): 저는 출퇴근 때문에 많이 걷는 편이어서 일반 인도를 이용하게 되는데 자전거 도로랑 겸용해서 있잖아요. 그게 구분이 안 돼서 사고가 날 수 있겠다 싶어서요. 사람 다니는 인도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걸 조심해야 한다는 게 안타깝지요. 마음 편히 걸으려면 둘레길이나 한강을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요.
4c(40대 여성): 저는 서울이 차가 많고 사람이 많아서 공원 이렇게 (장소가) 정해지지 않으면 걷기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출근할 때나 이럴 때 걸어서 역까지 가는데 서로 오가면 서로 피해서 가면 편한데 그게 아니고 나만 계속 피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서. 안 그러면 부딪히니까, 배려를 안 해주고 걸으면 불편하니까 그건 걷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외국이나 지방이랑 비교하면 사람이 많으니까 서울이 보도블록이나 이런 쪽에서 걷는 운동을 하겠다 라고 하면 어려운 것 같아요.

Ⅳ. 논의

본 연구는 2018년 시행된 포커스 그룹 자료를 활용하여 서울이라는 도시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걷기의 인식과 양상, 이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맥락을 다각적으로 살펴보았다. 주요 결과에 대한 논의는 다음과 같다.

연구 참여자는 대체로 걷기를 긍정적으로 인식하였지만, 이를 수행할 의지가 있는지 측면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걷기 적극 실천 여부는 운동으로서 걷기의 신체적인 효과를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지와 관련되어 있었으며, 연령과 성별에 따라 걷기의 강도가 운동으로서 불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나이가 젊거나 남성인 참여자는 걷기의 필요성을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이상적인 신체상에 이르기 위해서 근육을 기르거나 체지방을 감소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으며, 걷기보다는 고강도 체육활동 또는 식사량 줄이기를 선택하였다(Liimakka, 2014). 즉, 걷기는 청년에게 몇 시간 동안 수행해도 많은 열량을 소모할 수 없는, ‘비효율적인’ 운동이었다. 이처럼 젊은 세대에게 신체활동으로서 걷기의 강점을 피력하기 어렵다면, 기존의 방향성과 다른 건강증진 전략을 수립하는 시도가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 고정적인 일과로 인해 시간이 없고 바쁜 청년들에게 걷기가 가진 쉽고 간편한 속성과 이를 통한 비신체적 효과를 강조하는 것이 하나의 예시이다. 청년에게는 아직 먼 미래처럼 느껴지는 여러 만성질환을 걷기로 예방할 수 있다는 메시지보다는 걷기의 심리적 이완 효과 및 사회적 기능에 주목하여 이와 관련한 지침을 제공하는 것은 청년의 걷기에 대한 인식 제고를 새롭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걷기가 나이 들수록 더 좋은 운동이며, 개인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실천하는 수단으로 여겨진다는 점은 선행연구에서도 드러난 결과였다(Kim & Yoo, 2022; Jeong, 2023). 직장, 사회에서 역할이 점차 축소되는 시기에 걷기는 건강한 존재로서 자신을 증명하는 수단이었으며, 은퇴 후 삶의 전환점을 맞이한 참여자의 일과를 일부 대체하면서 성실한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도왔다. 더불어 연령대가 높은 참여자는 공공 기관에서 제공하는 걷기 관련 프로그램이나 정책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그룹이기도 하였다. 개인 차원에서 규칙적 걷기를 실천하면 소정의 보상을 받는 걷기 마일리지 제도, 함께 모여 걷는 대회나 각종 프로그램을 주로 언급하고 참여했던 것은 대부분 중ㆍ노년층이었다. 나이가 많을수록 사회적인 관계나 네트워크가 걷기실천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Yun, 2019; Kim & Jun, 2021). 따라서, 상기 집단에서 걷기를 더욱 증진하기 위해서는 걷기 친화적인 분위기 또는 문화 조성과 같은 사회적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 현재 공공에서 운영하는 걷기 동아리와 같이 걷기 활성화 자체를 목적으로 한 공동체 형성 지원도 상기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지만, 근린환경에서 걷기를 실천할 장소를 곳곳에 마련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이웃과 가벼운 관계를 쌓고 지역사회 내 유대를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Glover, Todd, & Moyer, 2022). 동네 안에서 걷기 좋은 산책로나 공공 공간을 소단위로 조성하는 것은 중ㆍ노년층으로 하여금 걷기를 포함한 다양한 생활 활동을 실천하며 자발적으로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는 데에 지지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에(Wood, Frank, & Giles-Corti, 2010), 이러한 환경을 배태할 수 있는 물리적 장소에 대한 세부적인 고민이 더욱 필요하다.

본 연구결과는 사람들이 인식하는 ‘잘 걷는 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밝혔다. 시민들은 주로 하루 또는 일주일 동안 어느 정도의 빈도로 얼마나 걸어야 하는지와 관련된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있었으며, 걷기로 인한 운동 효과를 보기 위해서 상기 기준을 충족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하였다. 만 18세부터 64세까지 성인을 기준으로, 일주일에 최소 150분 이상 노래를 부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걷거나 최소 75분 이상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매우 빠르게 걷길 권고하는 국내 걷기 가이드라인(Korea Health Promotion Institute, 2020)과 비교해보았을 때, 참여자의 이상적인 걷기에 대한 인식에 ‘강도’라는 요소가 배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걷기와 관련된 지식을 대중에게 전달할 때, 중등도 이상의 신체활동으로서 걷기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 빠르게 걸어야만 한다는 지점도 함께 확산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도시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서울이 가지고 있는 압축 도시라는 특성은 연구 참여자의 걷기에 양면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서울은 밀집된 환경과 편리한 교통체계를 기반으로 한 높은 이동 용이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시민들이 선호하는 보행 장소나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하면서 접근 가능한 환경을 구축했다. 압축 도시에 대한 논의가 가장 초기부터 이루어졌던 북미에서는 높은 밀도와 혼합적 토지이용이 보행친화환경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이며,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걷기를 자연스럽게 선택하도록 한다는 점이 주류의 의견이었다(Cervero & Radisch, 1996; Coogan, Karash, Adler, & Sallis, 2007; Stevenson et al., 2016).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서울이 가진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걷기 경험이 부정적으로 인식된다는 점 역시 드러났다. 이는 도시의 고밀도라는 특성이 특정 임계점을 넘으면, 도시 내의 혼잡도가 불필요하게 증가해 걸을 때 답답하거나 위협적인 감정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선행 연구결과를 지지한다(Oakes, Forsyth, & Schmitz, 2007; Cerin et al., 2020). 따라서 평소 걷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참여자도 서울이라는 도시 내에서는 걷기를 선택하지 않거나 보행량을 줄이는 현상이 발생했다. 본 연구결과는 압축 도시가 항상 걷기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으며, 잠재적인 교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음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개인적 인식과 환경적 요소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에 따라 연구 참여자는 서울이 제공하는 공간의 조건에 맞춰 다양한 목적의 걷기를 수행하고 있었으나, 평소 걷는 과정에서 불만족스러워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서울은 여가 목적으로 걷기 좋고 매력적인 장소들을 다수 보유했지만, 이러한 공간이 일상생활의 동선과는 분리된 편이었다. 이에 따라 서울 시민은 바쁘고 혼잡한 장소를 피해서 하는 여가 목적 걷기에는 만족하는 편이었지만, 일상 속 이동 목적의 걷기를 수행할 때는 부정적인 감정이 수반되었다. 이동수단으로서 걷기는 여가 목적과 달리 지역의 환경적 특성에 따라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Sung, Lee, & Seong, 2015), 서울이라는 도시가 이동 목적의 걷기에 관한 전반적인 만족도를 향상하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일반적으로 보행 만족도는 안전성(safety), 편의성(convenience), 편안함(comfort)이라는 속성으로 분류되며, 보행자가 걷는 이유와 목적, 보행 공간의 유형에 따라 구성이나 비중이 달라진다(Lee, Han, Rhee, & Bae, 2021). 포커스 그룹이 시행된 2018년 당시의 서울이 보행친화정책을 통해 집중적으로 개선하였던 보도 환경, 주정차 환경, 대중교통 접근성 등은 안전성과 편의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었다면, 향후 걷기 환경에 있어서 편안함이라는 요소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서울시 정부의 걷기 관련 정책 주요 화두는 ‘보행일상권’ 도시이다. 보행일상권은 업무, 소비, 여가, 문화 등 다양한 활동을 집 근처 보도 30분 내로 걸어서 누릴 수 있는 생활권을 뜻하는 개념으로, 도시의 구조를 다핵화하고 기능을 복합화하여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다(Maeng, Yang, & Seong, 2023). 서울시는 2040 서울도시 기본계획을 통해 역세권 중심으로 소규모 생활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공원녹지, 수변과 같은 자연환경과 문화시설을 연계하여 안전하고 쾌적한 도심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2023). 이러한 시도는 도시 안에서의 삶을 이동 중심이 아닌 일상 중심으로 전환하여 자동차 이용을 줄이고 보행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하며, ‘활동적 생활환경 조성’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건강도시의 두 가지 공동정책 과제를 모두 충족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동네 생활권마다 공원과 같은 자연 친화적 기반시설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만으로 편안한 보행을 보장하긴 어려우며, 이 외에도 전반적인 보행량, 청결도, 소음과 같은 차원에서 얼마나 걷기 쾌적한지 점검하고 개입하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Kim, Lee, & Choi, 2014). 더해서, 서울 여성이 우려했던 치안 문제와 같이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의 분위기나 안전성 역시 편안함이라는 속성과 관련이 있으며, 도시공간이 사용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Machielse, 2015).

서울에서 걷는 것과 관련해 다양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영향을 미친다는 본 연구결과는 효과적인 건강증진 전략을 위해서 여러 관계자의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나 공해와 같은 환경오염의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우며, 오염원 생성 지역과 피해 지역이 불일치하기 때문에 장기간 기술적, 정책적 자료를 수집하는 등 체계적 노력이 필요한 사안이다. 배달이나 택배 시스템으로 인한 소음 및 안전 문제 역시 상업적인 요소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에 건강증진을 지지하는 도시 내 규칙이나 질서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다 부문 연구자와 정책 입안자를 초기 단계부터 포함하여 합의를 이루어나가야 할 것이다(Sreedhara, Goulding, Valentine, Frisard, & Lemon, 2020). 이를 종합하면, 걷기와 긴밀하게 연결되는 정책, 시스템, 환경 측면의 전략을 수립할 때에는 광범위한 이해관계자를 포섭하여 다양한 보행 요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일례로, 서울시는 걷기와 관련해 교통, 환경 안전, 보건복지 관련 부서에 따라 협력체계가 구분되고 각 부서 정책이 중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Kim et al., 2021). 더불어 서울시 내에서도 시 차원과 구 차원에서 각각 중점적으로 시행해야 하거나 협력하여 해결할 수 있는 지점에 차이가 존재하기에 조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연속적,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걷기 관련 공공 부서 및 기관들로 구성된 협의, 추진 기구를 제도화하여 서로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고 서울시 내부 시스템과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서 모든 정책에의 건강(Health in All Policies)을 실현하기 위해 공중보건 분야와 도시계획 분야의 전문가와 협력하여 지역사회 내 정책, 시스템, 환경 변화를 추진하였던 Plan4Health 프로젝트는 다 부문 협력 시도의 예시이다(Riley, 2018). 이처럼 걷기를 포함한 건강도시 추진을 위해서는 비전, 계획, 조직 측면에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지, 공공ㆍ민간 등 관계기관과의 협력이 이루어질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할 것이다.

본 연구의 한계점과 의의는 다음과 같다. 먼저, 본 연구는 포커스 그룹 자료의 방법론적인 장점을 고려하여 분석을 진행하였지만, 자료의 대상이 성인으로 한정되었으며 그 규모가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또한, 참여자의 사회경제적 배경, 사회적 관계, 질병 경험 등의 정보가 수집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개인적 요소가 걷기에 영향을 준 부분까지는 파악하기 어려웠다. 포커스 자료의 수집 시기는 약 5년 전인 2018년으로, 코로나 팬데믹을 경험하고 이를 다시 회복한 현재와 조금 거리가 있는 상황적 배경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완전한 면이 있다.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해당 자료는 타 도시나 중앙정부보다 먼저 보행친화정책을 시행하여 당시 20년 차가 되었던 서울시의 맥락에서 나타나는 걷기의 의미를 다면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현재 걷기 상황의 분석이나 계획 개발에 참고하거나 비교점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본 연구는 다양한 배경, 상황의 사람들을 연령, 성별, 걷기실천 수준으로 모아 보았을 때 전반적으로 드러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밝히고,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걷기의 독특한 특징과 양상을 면밀하게 탐색하였다는 점에서 보건학적 시사점이 있다. 특정 변수에 따른 걷기 행동의 차이 여부 및 정도에 주로 집중하였던 양적 연구와 다르게 걷기의 의미, 걷기에 대한 태도, 이에 따른 판단 및 선택, 갈등 지점 등을 풍부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더해서 본 연구는 도시건강과 건강증진 관점에서 국내 대도시의 특성과 걷기 행동 간의 상호작용을 질적인 방법으로 해석하였다는 점에서 학술 가치가 있다. 이러한 시도는 걷기의 복잡한 양태에 대한 학문적 지식을 축적하는 동시에 도시계획과 건강증진 전략 개발에 있어 실천적 함의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Ⅴ. 결론

본 연구는 포커스 그룹 자료를 활용하여 개인이 걷기에 대해 가진 인식과 도시의 환경적 맥락이 상호작용함으로써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도시에서의 걷기 양상을 다각적으로 탐색하였다. 걷기가 개인의 정서적 안정이나 사회적 교류 측면에서 발휘하는 영향력은 공통으로 인지되는 부분이었지만, 운동의 한 수단으로서 발휘하는 효과에 대한 인식은 연령과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또한, 서울은 압축 도시의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공간으로서 걷기 좋은 장소나 기회에 대한 높은 접근성을 제공하면서도, 과도하게 밀집된 인구와 교통으로 인해 쾌적한 걷기가 실현되기 어려운 동네였다. 이는 서울 시민이 평소 이동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걷기를 실천하면서도 부정적인 감정이 들도록 유도하였고, 혼잡함을 피해 여유롭게 걷기 위해서 동네 밖으로 나가는 양상이 펼쳐졌다.

결과적으로, 본 연구는 서울이 가지고 있는 도시 자체의 구조적 맥락이 시민의 보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보행 만족도 중 편안함이라는 요소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더불어 걷기라는 행동은 도시의 물리적, 사회적 환경을 함께 개선하려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증진될 수 있음을 도출하였다.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연령과 성별에 따라 패턴이 주로 구분되었으며, 도시 내에서 걷기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상기 요소에 따라 걷기를 수용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어떻게 적합한 메시지를 제공할 것인지 체계적으로 기획할 필요가 있다. 걷기는 결국 개인적인 것에서부터 도시 전체의 맥락까지 다양한 층위의 요인이 상호작용한 합집합이기에, 광범위한 이해관계자를 포함하여 보행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려는 다 부문 노력을 수행할 것을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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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Figure 1]
Concept map summarizing findings from the focus groups

<Table 1>

Characteristics of focus group participants

Focus group participants Age Sex Residence (area) Average walking days / week Average walking time (min) / day
Active walking groups 1 1a 50s Female Downtown 7 40
1b 50s Female Northeast 7 90
1c 50s Male Northwest 7 180
1d 60s Male Southeast 6 120
2 2a 20s Female Southwest 5 60
2b 30s Female Northeast 6 40
2c 40s Female Northwest 7 90
2d 20s Male Southeast 7 60
2e 30s Male Northeast 7 60
2f 40s Male Southwest 7 120
Average 6.6 86
Passive walking groups 3 3a 50s Female Downtown 4 30
3b 60s Female Southwest 4 30
3c 50s Male Northeast 3 30
3d 60s Male Southwest 4 20
4 4a 20s Female Southwest 2 30
4b 30s Female Northeast 3 60
4c 40s Female Northeast 3 15
4d 40s Female Southeast 4 60
4e 20s Male Southwest 5 25
4f 30s Male Northwest 3 20
Average 3.5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