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Journal of Health Education and Promotion
[ Original Article ]
Korean Journal of Health Education and Promotion - Vol. 42, No. 5, pp.1-15
ISSN: 1229-4128 (Print) 2635-5302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Dec 2025
Received 20 Nov 2025 Revised 08 Dec 2025 Accepted 08 Dec 2025
DOI: https://doi.org/10.14367/kjhep.2025.42.5.1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체감실업자의 울분 경험에 대한 근거이론 연구

신정훈* ; 최재연** ; 유명순***, ****,
*삼육대학교 보건관리학과 조교수
**Fielding School of Public Health,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박사과정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 겸임교수
Grounded theory study on embitterment among labor-underutilized adults during the COVID-19 pandemic
Jeonghoon Shin* ; Jaeyun Choi** ; Myoungsoon You***, ****,
*Assistant Professor, Department of Public Health, Sahmyook University
**PhD Candidate, Fielding School of Public Health,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Professor, Department of Public Health Sciences, Graduate School of Public Health, Seoul National University
****Adjunct Professor, Institute of Health and Environment, Seoul National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Myoungsoon YouDepartment of Public Health Sciences, Graduate School of Public Health, Seoul National University, 1, Gwanak-ro, Gwanak-gu, Seoul, 08826, Republic of Korea주소: (08826) 서울시 관악구 관악로1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221동Tel: +82-2-880-2774, E-mail: msyou@snu.ac.kr

Abstract

Objectives

This study conceptualized how labor-underutilized adults in Korea experienced embitterment during the COVID-19 pandemic and identified the social and psychological conditions and processes through which this state of embitterment emerged and persisted.

Methods

A grounded theory approach was applied, wherein semi-structured interviews were conducted with ten labor-underutilized adults recruited via a national panel service. Data collected between November 2022 and February 2023 were analyzed using open, axial, and selective coding following Strauss and Corbin’s procedures.

Results

Analysis identified 56 concepts, 13 categories, and 33 subcategories. The core process showed a cyclical pattern of embitterment characterized by emotional eruptions, resignation, and chronic emotional suppression. Causal conditions involved repeated invalidation between employment and unemployment and identity erosion within stigmatizing relationships. Contextual factors included workplace disruption, perceived labor injustice, and weakened social trust. Coping centered on self-blame and emotional restraint, leading to social isolation and psychosomatic fatigue, while available supports provided temporary relief.

Conclusion

Embitterment among labor-underutilized adults functioned as a social emotion reinforced by structural inequality and perceived injustice. These findings highlight the need for crisis preparedness strategies that restore social trust and emotional well-being through relational and institutional interventions, promoting recognition and reintegration of marginalized workers.

Keywords:

unemployment, COVID-19, embitterment, labor underutilization, grounded theory

Ⅰ. 서론

최근 연구들은 실직의 경험이 초래할 수 있는 주요한 정신심리적 반응 중 하나로 ‘울분(embitterment)’을 강조한다(J. Shin et al., 2025; Linden & Maercker, 2011; Muschalla & Linden, 2011). 울분은 삶에서 경험하는 일들이 부당하고 불공정하다고 인식될 때 발생하는 복합적인 감정 반응으로, 우울이나 불안과는 구별된다(Linden, 2003; Linden & Maercker, 2011). 울분은 누구나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이지만, 장기간 지속될 경우 ‘외상후울분장애(Post-Traumatic Embitterment Disorder, PTED)’로 악화되어 개인의 기능을 저해하고 사회적 적응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C. Shin et al., 2012; Linden & Maercker, 2011). 특히 실직과 같은 고용 위기는 대표적인 부정적 생애 사건으로, 개인의 자존감·통제감·사회적 정체성을 손상시키며, 이러한 손상이 불공정성 인식과 결합될 경우 울분이 심화되어 구직 활동과 사회적 복귀를 저해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J. Shin & You, 2022).

코로나19 팬데믹은 실직의 위험을 심화시키고 노동저활용을 확산시킨 사회적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 팬데믹은 고용시장 전반의 구조를 흔들며 정신건강, 특히 감정적 웰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Choi et al., 2024). 선행연구들에 따르면, 팬데믹 시기의 실업은 단순한 경제적 손실을 넘어 개인의 통제감과 사회적 가치감을 약화시켜 높은 수준의 심리적 스트레스, 절망감, 그리고 울분으로 이어진다고 보고된다(Linden, Arnold et al., 2022; Muschalla et al., 2021a, 2021b). 이러한 감정적 건강은 정신건강의 핵심 구성요소로, 울분이 적절히 조절되지 못할 경우 우울, 불안, 자살 사고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Kim et al., 2020; Linden & Noack, 2018).

외적 조건의 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모두에게 동일하지 않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고용 중단과 소득 상실이라는 직접적 타격을 받은 실업자 집단은 그 부정적 영향을 더욱 심각하게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Choi et al., 2024; Muschalla et al., 2021a, 2021b). 그러나 팬데믹 상황에서 실직과 구직의 경험을 감정적 웰빙의 관점에서 다룬 연구는 드물며, 특히 일터의 붕괴가 개인의 감정과 의미 체계에 미친 영향을 질적으로 탐색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팬데믹 시기 고용과 건강의 관계를 다룬 기존 연구들은 대부분 양적 접근에 기반하여 실직률, 우울, 불안 등 표준화된 지표를 중심으로 분석하는 데 국한되어 있다(Choi et al., 2024).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특수한 재난 상황에서 실직을 경험한 개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감정을 겪고, 그 감정이 어떠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형성·지속되는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특히 불공정함과 부당함의 인식에서 비롯되는 울분은 단순한 정신건강 지표로는 포착되기 어려운, 개인의 서사와 사회적 맥락 속에서 드러나는 복합적 감정정이다. 이에 본 연구는 질적 접근을 통해 팬데믹 시기 체감실업자의 울분 경험을 심층적으로 탐색하고, 그 내재적 의미와 사회적 맥락을 통합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사회적 개입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코로나19(COVID-19)라는 재난적 위기 상황에서 체감실업자들이 경험하는 울분의 특성과 그 의미를 심층적으로 탐색하고, 이러한 경험이 어떠한 조건과 과정을 통해 형성·지속되는지를 설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질적 연구 방법론인 근거이론(Grounded Theory; Strauss & Corbin, 1998)을 적용하였다. 구체적인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코로나19 상황에서 체감실업자들은 울분을 어떠한 양상으로 경험하는가?

둘째, 체감실업자들의 울분은 어떤 조건과 과정을 거쳐 촉발되고 전개되는가?

셋째, 체감실업자들의 울분 경험을 둘러싼 맥락적 조건은 무엇인가?


Ⅱ. 연구방법

1. 연구설계

근거이론은 특정 사회현상에 내재된 행위, 상호작용, 정서적 반응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개념화하는 데 유용한 접근으로, 기존의 이론적 틀이나 변수 중심의 분석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개인의 주관적 경험과 사회적 맥락 간의 역동성을 탐색하는 데 적합하다(Corbin & Strauss, 2014). Strauss와 Corbin (1998)이 제시한 근거이론의 절차적 접근은 현상의 인과적 구조와 의미 형성 과정을 도식화하기 위한 분석 틀인 코딩 패러다임(coding paradigm)을 포함한다. 이러한 접근은 체감실업자들이 울분을 어떻게 경험하고 표현하며, 그 감정이 어떠한 사회적 조건과 심리적 반응 속에서 형성되는지를 밝히고자 하는 본 연구의 목적에 부합한다.

본 연구는 개방코딩, 축코딩, 선택코딩의 세 단계를 거쳐 중심 범주를 도출하였으며, 이를 통해 체감실업자의 울분 경험을 설명하는 이론적 모형을 구축하였다. 특히 코딩 패러다임을 분석 틀로 활용하여, 중심 현상인 울분이 형성되는 인과적 조건, 맥락적·중재적 조건, 상호작용, 그리고 결과를 통합적으로 해석하였다.

2. 연구대상

본 연구는 연구대상을 기존 실업자의 범주에서 현실적 실업 상태를 반영하는 ‘체감실업자’로 확장하여 설정하였다. 전통적인 국내 고용통계의 ‘실업자’는 조사대상 주간에 수입을 목적으로 일을 하지 않았고,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수행했으며, 즉시 취업이 가능한 사람으로 한정된다(Statistics Korea, 2025). 그러나 팬데믹과 같은 노동시장 변동 국면에서는 노동시간 축소, 비자발적 시간제·단기 고용, 구직 단념 등 다양한 노동저활용(labour underutilization) 형태가 확산되면서, 공식 실업률만으로는 미충족 고용수요를 충분히 포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Hwang, 2010).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ILO)는 시간관련 추가취업 가능자와 잠재노동력을 포함하는 고용보조지표를 제시하였으며, 한국 역시 이를 반영하여 고용보조지표(확장실업률)를 공표하고 있다(Statistics Korea, 2025).

이에 본 연구는 분석 대상을 보다 포괄적인 범주의 체감실업자로 확장하여 분석의 외연을 넓히고자 하였다. 체감실업자에는 기존 실업자뿐 아니라 ‘부분실업자(주당 취업시간 36시간 미만 시간제 근로자로써 추가 취업을 희망하고 추가 취업이 가능한 불완전취업자)’, ‘잠재실업자(비경제활동인구 중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하였으나 취업이 가능하지 않은 잠재취업가능자와 구직활동을 하지는 않았으나 취업을 희망하는 잠재구직자)’를 포괄한다(Statistics Korea, 2025).

3. 자료수집

본 연구의 질적 자료는 심층 면담을 통해 수집되었으며, 참여자는 국내 체감실업자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하였다. 면담 참여자의 모집에는 연령과 성별을 기준으로 한 층화임의추출 방식이 적용되었다. 최종적으로 연구에 포함된 참여자는 총 10명이며, 여성 청년 집단(3명), 여성 중장년 집단(3명), 남성 청년 집단(2명), 남성 중장년 집단(2명)으로 구성하였다. 참여자는 전문조사업체(㈜한국리서치)의 패널을 기반으로 모집되었으며, 연구 설명문과 면담 질문지를 사전 공유받은 뒤, 연구 목적에 동의한 자에 한해 참여가 이루어졌다.

본 연구의 심층면담은 2022년 11월 16일부터 11월 25일까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대부분 해제되고 방역 체계가 일상 대응 단계로 전환되던 시기에 진행되었다. 이 시기는 팬데믹 기간의 실업·노동저활용 경험을 일정 부분 시간적 거리에서 회상할 수 있는 시기로, 참여자들의 진술에는 팬데믹 전반의 경험이 함께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모든 면담은 질적 연구 및 감염병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연구진이 직접 진행하였다. 면담은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Zoom)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각 참여자와 1:1 반구조화 면담을 1인당 약 60분간 진행하였다. 면담 시작 전, 참여자에게 면담의 목적과 내용, 참여 중단 가능성, 녹음 여부에 대해 설명하였고, 자발적 동의를 얻은 후 녹음을 진행하였다. 참여자에게는 소정의 사례비가 지급되었다.

본 연구는 질적 면담 이전에 기초적인 인구사회학적 특성 파악을 위한 사전 설문조사를 병행하였다. 참여자는 구조화된 질문지에 대해 자기기입식 설문을 작성하였으며, 이 설문을 통해 성별, 연령, 혼인상태, 교육수준, 종교, 주거형태, 가구소득 등의 기본 자료를 수집하였다.

4. 분석 방법

개방코딩 단계에서는 가공된 10건의 녹음파일과 전사 자료에 대해 연구진의 이해도를 높이고 민감성을 갖춘 후, 자료의 주제어에 의미 코드(code)를 부여하고, 면담 전사 자료와 코딩 메모를 반복적으로 읽고 분석하면서, 체감실업자들이 경험하는 울분과 관련된 주요 진술 및 개념을 식별하였다. 각 진술의 의미 단위를 분해하고 이를 유목화하여, 하위범주(sub-category) 및 상위범주(category)를 도출하였다. 이 과정에서 유사 개념 간 비교를 통해 개념적 범주화가 이루어졌으며, 참여자의 언어를 존중하되 분석자 중심의 개념화를 병행하였다.

축코딩 단계에서는 도출된 범주들을 Strauss와 Corbin (1998)의 코딩 패러다임에 따라 정렬하였다. 구체적으로, 울분이라는 중심현상을 둘러싼 인과적 조건, 맥락적 조건, 중재조건, 상호작용, 결과에 따라 관련 범주를 배치하고, 그들 간의 관계를 연결짓는 분석 축을 설정하였다. 이를 통해 울분의 의미와 형성 과정을 설명하는 논리적 구조가 도출되었다.

선택코딩 단계에서는 코딩 패러다임을 종합적으로 관통하는 최종 상위범주를 도출하고, 이를 중심으로 체감실업자의 울분 경험을 설명하는 개념적 틀을 구성하였다. 이 과정에서 자료의 이론적 포화를 점검하며, 새로운 자료가 범주나 관계를 실질적으로 확장하지 않을 때까지 분석을 지속하였다. 최종적으로, 체감실업자의 울분이 형성되고 조절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모형을 정립하였다.

체계적인 분석을 위해 자료의 코딩과 분석 전 과정에 질적데이터 분석에 최적화된 맥스큐다(MAXQDA 2022) 프로그램을 활용하였다. 코딩 단계별로 여러 명의 연구자가 독립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결과를 비교 분석하여 삼각검증(triangulation)을 실천하였고, 결과의 신뢰성과 해석의 깊이를 확보하고자 하였다. 한편, 질적 면담 이전에 실시한 사전 설문조사 자료는 면담 참여자 해석의 맥락적 이해를 보조하고 분석의 타당성을 보완하는 데 사용되었다.

5. 연구결과의 타당성 확보

본 연구의 연구자들은 보건학을 전공하였으며, 재난 및 위기 상황과 심리·사회적 영향을 주제로 한 연구를 다수 수행해 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실업, 소득불안, 사회적 고립 등 구조적 스트레스 요인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혼합연구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면담 자료 해석과 사회적 맥락에 대한 분석적 민감성을 갖추고 본 연구를 수행하였다.

연구결과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본 연구는 질적 연구의 비평 기준인 진실성, 적용 가능성, 신뢰성, 중립성을 준용하였다. 자료 수집 단계에서 구조화된 사전 설문과 반구조화 면담을 병행하고, 성별과 연령층을 아우르는 다양한 참여자 집단으로부터 자료를 수집함으로써 자료의 삼각검증을 실현하였다. 분석 과정에서는 Strauss와 Corbin (1998)의 절차적 방법론을 준수하여 개방코딩, 축코딩, 선택코딩 단계를 체계적으로 수행하였다. 또한 두 명 이상의 연구자가 독립적으로 코딩과 범주화를 진행한 뒤 상호 비교 및 조정 과정을 거쳐 결과를 통합함으로써 분석의 신뢰성을 확보하였다.

6. 윤리적 고려

본 연구는 서울대학교 생명윤리심의위원회(IRB)의 심의를 거쳐 연구 설계, 참여자 모집, 자료 수집 및 분석 절차의 윤리적 타당성에 대해 검토를 받았으며, 2022년 10월 최종 승인(IRB No. 2210/004-011)을 받았다. 연구자는 IRB에서 승인받은 계획서에 따라 연구 절차를 준수하였으며, 참여자의 자발적 동의 확보, 개인정보 보호, 면담 녹음 및 자료 보관 방식 등에 있어 관련 법령과 지침을 따랐다.


Ⅲ. 연구결과

1. 연구 참여자의 특성

본 연구의 질적 면담 참여자는 총 10명으로, 성별 분포는 남성 5명(50.0%), 여성 5명(50.0%)으로 동일하였다. 연령은 27–52세 범위였으며, 중앙값은 42세였다. 연구 설계에서 사용한 연령 구분(표기상 ‘청년/중장년’)에 따르면 청년층이 4명, 중장년층이 6명이었다. 학력은 대졸 이상이 9명(이 중 대학원 졸업 1명)이었고, 고졸이 1명이었다. 혼인상태는 유배우자 6명, 미혼 4명으로 파악되었다. 월평균 가구소득은 200–600만 원 구간이 7명으로 다수를 차지하였고(200–300만 원 2명, 300–400만 원 1명, 400–500만 원 2명, 500–600만 원 2명), 그 외에 100만 원 미만 1명, 700–1,000만 원 1명, 1,000–1,500만 원 1명으로 분포의 이질성이 관찰되었다. 주거형태는 전세 5명, 자가 4명, 월세 1명이었으며, 거주지역은 수도권(서울·경기·인천)과 비수도권(충북·부산·대전·경남·충남)으로 고르게 분포하였다. 거주지 유형은 ‘동’ 지역 9명, ‘읍/면’ 지역 1명이었다. 가구원 수는 1명부터 ‘5명 이상’까지 다양했으며, 중앙값은 3명이었다. 자녀 유무는 자녀가 있는 참여자가 7명, 없는 참여자가 3명이었다.

Sociodemographic characteristics of study participants

2. 코로나19 상황 중 체감실업자의 울분 경험에 대한 코딩결과

개방코딩 단계에서는 면담 전사 자료를 문장 및 절 단위로 세분화하여, 코로나19 시기 체감실업자가 경험한 울분의 의미와 사회적 맥락을 최대한 포괄적으로 추출하였다. 각 진술의 의미 단위를 중심으로 개념화를 수행하고, 유사 사례와 대조 사례 간 비교를 반복하면서 개념의 속성과 경계를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하였다. 이 단계의 목적은 참여자의 진술을 단순히 요약하기보다, 그 언어적 뉘앙스와 함의를 반영하여 경험의 의미를 풍부하게 재구성하는 데 두었다. 그 결과, 최종 선택코딩 기준으로 56개의 개념, 33개의 하위범주, 13개의 상위범주가 도출되었다.

축코딩 단계에서는 개방코딩에서 도출된 범주를 중심으로 분석 메모를 누적하고, 범주 간 인과적·맥락적·상호작용적 관계를 도식화하였다. 이를 통해 울분 경험을 관통하는 중심현상을 식별하였으며, 각 범주를 코딩 패러다임의 틀(인과조건–맥락조건–중재조건–상호작용–결과)에 따라 재배치함으로써 결과를 구조화하였다[Figure 1].

[Figure 1]

Conceptual model (coding paradigm) of the manifestation of embitterment among labor-underutilized adults during the COVID-19 pandemic

마지막으로 선택코딩 단계에서는 축코딩에서 구축된 범주 간 관계망을 통합적으로 검토하여, 전체 자료를 가장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핵심범주를 도출하였다. 선정 기준은 (1) 전사 자료 전반에서의 반복성과 중심성, (2) 다른 범주와의 연계성, (3) 조건–과정–결과를 아우르는 설명력이었다. 그 결과, 핵심범주는 중심현상인 코로나19 상황 중 체감실업자의 울분 경험을 중심으로, 팬데믹 시기 노동저활용과 구조적 부당성이라는 사회경제적 맥락 속에서 개인·관계·제도 수준의 완충 및 증폭 요인이 상호작용하며 울분 경험을 매개하는 통합적 구조로 수렴되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다음 절에서 제시하는 개념적 모형[Figure 1]의 기초가 된다.

3. 코로나19 상황 중 체감실업자의 울분 경험에 대한 개념적 모형

코로나19 상황 중 체감실업자의 울분 경험을 설명하는 개념적 모형은, 노동의 상실이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관계를 약화시키며, 이에 대한 내면적·사회적 대응이 다시 울분의 지속과 심화를 초래하는 순환적 구조를 보여준다. 체감실업자의 울분은 실업과 노동의 경계에서 반복되는 무효화 경험과 일상적 관계 맥락에서 유발·강화되는 자아의 훼손을 통해 유발되며, 불공정한 노동 구조와 사회적 조건, 그리고 외적 요인으로 인한 일터의 재구성과 기회 박탈이라는 맥락 속에서 더욱 강화된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감정 조절에 도움을 주는 개인적·사회적 자원에 의지하거나, 취업지원제도의 실용적 수용을 시도하지만,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울분은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채 축적된다. 그 결과 체감실업자는 감정 억눌림의 만성화와 실패의 자기귀인을 통한 내면화 전략을 취하게 되고, 이는 관계 단절과 정서적 고립을 가속화시키며, 궁극적으로 울분의 만성화와 건강의 악화를 심화시킨다.

즉, 본 모형은 팬데믹이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체감실업자의 울분이 노동의 무효화, 자아의 훼손, 감정 억눌림과 자기귀인, 고립과 건강 악화로 이어지는 다층적 과정을 보여주며, 울분이 단순한 개인 감정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와 개인의 대처가 교차하는 복합적 감정 경험임을 설명한다.

1) 팬데믹 시기 체감실업자의 울분 경험의 속성(Phenomenon)

(1) 부정적 감정의 순환과 중첩, 울분의 발현

체감실업자들은 지속되는 고용 불안과 생계 압박 속에서 분노의 폭발과 체념이 교차하며, 부정적 감정이 순환적으로 중첩되는 울분의 발현 구조를 경험하였다. 울분은 단발적 분노가 아니라 억눌림–폭발–체념으로 이어지는 정서의 순환 고리로 작동하였다. 초기의 분노는 사회적 부당함을 인식하게 하는 정서적 촉매였으나, 반복된 좌절과 실망 속에서 점차 변화의 동력을 상실하고 스스로를 삼키는 감정으로 굳어졌다. 참여자들은 “화를 표현하고 싶은데 막상 어떻게 드러내야 할지 모르겠다”, “울컥 올라왔다가 결국 스스로 포기하게 되는 감정이 반복된다”고 말하며, 이러한 순환을 ‘통제하기 어렵지만 반복되는 익숙한 상태’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같이 졸업한 동기들이랑 자꾸 비교가 됐어요. 다른 친구들은 취업을 했는데 왜 나만 안 되나, 이런 생각에서 시작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그게 울분처럼 느껴졌어요. 갑자기 뜨거움이 확 올라오다가도, 그게 오래 가면 제가 감당을 못 해서 스스로 체념하는 쪽으로 돌아서는 거죠. 이런 사이클이 계속 한 바퀴씩 도는 느낌이었어요.”(참여자 6, 청년 남성)
“힘들고 불안할 때는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울분이 터진다고 하잖아요. 그러면 괜히 눈물이 계속 나더라고요. 여러 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밀려오고, 돈도 벌어야 하고 안정도 필요하고 불안도 크고⋯ 그런 감정들이 계속 반복됐어요.”(참여자 2, 청년 여성)
“그때는 일을 못 하고 있으니까 (울분이) 거의 맥스였던 것 같아요. 최대치. 조금만 건드려도 울컥하는 상태가 계속됐어요.”(참여자 7, 청년 여성)

(2) 만성화된 울분과 심리적 방어선의 붕괴

울분이 반복적으로 해소되지 못한 참여자들은 점차 ‘울분의 만성화’, 즉 장기화된 감정의 고착과 내면화 상태에 이르렀다. 반복되는 실패 경험과 불공정한 구조에 노출된 이들은 변화의 가능성을 기대하기보다, 울분을 감당해야 하는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한 참여자는 “초기에는 감당이 안 돼서 너무 버거울 때도 많았는데, 이제는 만성화되다 보니까 감정의 사이클은 작아졌지만 더 잦아졌다”며, “이게 그냥 내 업보인가 보다, 안고 가야 되는 짐 같다”고 표현했다. 다른 참여자는 “심할 때도 있고 괜찮을 때도 있는데, 괜찮다는 건 사실 그냥 포기하는 것”이라며 울분을 더는 변화의 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를 설명하였다.

“초기에는 감당이 안 돼서 너무 버거울 때도 많았어요. 잊으려고 일부러 다른 데 신경 쓰고 했는데, 이제는 이게 너무 만성화가 되다 보니까 감정의 사이클 자체는 작아졌는데 횟수는 더 잦아진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게 그냥 내 업보인가 보다, 안고 가야 되는 짐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예요.”(참여자 6, 청년 남성)
“울분은 늘 있어요. 실업이 터지고 나서 남편이랑도 대화가 안 되고 소통도 안 되니까 울화통이 확 터질 때가 있거든요. 심할 때도 있고 괜찮을 때도 있는데, 괜찮다는 건 사실 그냥 포기하는 거예요.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게 돼요.”(참여자 10, 중장년 여성)

(3) 방향 상실과 정체성의 훼손

울분이 장기화되고 무력감이 심화되면서 참여자들은 삶의 방향성을 잃고, 자신에 대한 근본적 인식이 흔들리는 정체성의 훼손을 경험하였다. 팬데믹으로 인한 고용 단절은 단순한 일자리 상실을 넘어 ‘나라는 사람의 의미’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정체성의 붕괴로 이어졌다. 한 청년 참여자는 “친구들은 자리 잡아 가는데 나만 멈춰 있나, 오히려 퇴화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이젠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하루하루 버티는 느낌”이라고 표현하였다. 중장년층 참여자들은 생계와 경력의 압박 속에서 자신감과 자기효능감이 약화되는 경험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한 참여자는 “예전에는 잘만 일했는데 이제는 ‘내가 뭘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자신감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하며, 이러한 변화가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손실이라고 느꼈다고 진술하였다.

“30대 되기 전에 내 가게를 차리려고 퇴사한 건데, 막상 아무것도 없으니까 현타가 확 오더라고요. 친구들은 자리 잡아 가는데 나만 멈춰 있는 건가, 아니면 오히려 퇴화하는 건가⋯ 그런 생각이 엄청 많이 들었어요. 이젠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멍해요. 하루하루 버티는 느낌이에요.”(참여자 7, 청년 여성)
“예전에는 공인중개사로 일했거든요. 관련 업무도 보고 했는데, 지금은 나이도 그렇고 마음이 너무 힘드니까 자신감이 뚝 떨어졌다고 할까요. ‘내가 이제 뭘 잘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계속 들어요. 사실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제 나이면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나이잖아요. 그런데도 자신감이 없으니까⋯ 이런 게 사회적으로도 손실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고요.”(참여자 5, 중장년 여성)
2) 울분을 형성하는 인과적 조건(Causal conditions)

(1) 실업과 노동의 경계에서 반복되는 무효화 경험

체감실업자들은 ‘일할 수 있음에도 선택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반복적인 거절과 탈락을 경험하며, 사회로부터 자신의 존재가 인정받지 못하는 무효화(invalidation)를 강하게 인식하였다. 실직 초기에는 이를 잠시 쉬어가는 재충전의 시기로 받아들이려 했으나, 구직 실패가 장기화되면서 노력과는 무관하게 구조적 현실이 변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화되었다. 한 참여자는 처음 퇴사 후 가족과 여행도 다니며 여유를 가졌지만 시간이 지나도 취업이 되지 않자 “이제는 구직 자체가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자격증을 취득하고 여러 일자리를 시도했음에도 지속적인 탈락을 경험하며 “돈은 벌어야 하는데 일자리는 없고, 끝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고 진술하였다. 청년층 또한 “면접에서 계속 떨어지다 보니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힘도 생기지 않는다”며 동력의 상실을 표현했다. 이처럼 반복된 실패와 부정적 피드백은 단순한 좌절을 넘어 노력의 부정으로 이어졌고, 이는 울분을 촉발하는 조건으로 작용하였다.

“처음엔 퇴사하고 ‘조금 쉬어야겠다’ 싶었어요. 가족들이랑 여행도 다니고 재충전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게 이렇게 길어질 줄은 정말 몰랐어요. 취업이 계속 안 되니까, 이제는 ‘구직이라는 게 의미가 있나?’ 그런 생각까지 들더라고요.”(참여자 9, 중장년 남성)
“8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회계나 경리 일을 해보려고 자격증도 따고 준비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나이가 많고 아이도 어리고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이력서를 내는 족족 다 떨어지더라고요. 면접까지 가도 결국 탈락이고요. 그러다 보니 시청 계약직 같은 단기 일자리만 할 수 있었는데, 그것도 3개월, 6개월 이런 식이라 끝날 때마다 다시 일자리를 알아봐야 했어요. 코로나 이후에는 그런 일자리조차 없어지고⋯ 아이는 챙겨야 하고 돈은 벌어야 하는데 일자리는 없고, 정말 답답했죠.”(참여자 10, 중장년 여성)
“취업 준비를 해도 면접에서 계속 떨어지니까⋯ 이제는 그냥 ‘장사라도 해야 되나’ 싶어요. 막연하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마음도 안 생겨요.”(참여자 1, 청년 남성)

(2) 관계 속에서 유발·강화되는 자아의 훼손

체감실업자들은 실업 이후 가족, 친구,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이 비정상적이거나 덜 가치 있는 존재로 여겨지는 경험을 반복하며 자존감의 훼손을 겪고 있었다. 간단한 안부 연락조차 부담스럽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거나 정당화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일부는 연락처를 차단하거나 관계를 회피하게 되었다고 말하였다. 한 참여자는 주변의 취업 소식이나 교수·동기들의 연락을 “설명하기도 힘들고 제대로 이해받지 못할까 봐 더 스트레스”라고 표현하며 사람들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또 다른 참여자는 반복되는 탈락 속에서 “이 바닥에서 쓸모 없는 사람이 된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하였다. 이처럼 관계적 맥락에서 경험되는 비교, 낙인, 죄책감은 자아 가치의 훼손을 강화하며 울분을 지속시키는 중요한 조건으로 작용하였다.

“가장 힘들었던 건 주변에서 누구 취업했다는 얘기가 들릴 때였어요. 교수님이나 조교가 안부 전화라도 하면 그 순간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번호를 다 차단했어요. 동기들이 ‘요즘 뭐하고 지내?’ 하고 연락을 해도 제 상황을 일일이 설명하기도 힘들고, 설명한다고 해서 제대로 이해해줄 것 같지도 않고⋯ 괜히 소문만 날까 봐 더 스트레스였어요.”(참여자 6, 청년 남성)
“예전에는 이력서를 내면 전화도 오고 이야기 나누면서 취업이 됐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이력서를 내도 연락이 아예 없어요. 그러면 ‘아, 또 안 됐구나’ 생각하게 되고, 이렇게 연락이 없는 건 처음이라⋯ 나도 이 바닥에서 쓸모 없는 사람이 된 건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그러다 보면 구직 자체가 의미가 없나 싶고, 자신감도 떨어지고, 가족들 보기도 미안하고⋯ 그러니까 화도 나고 우울해지고, 건강도 안 좋아지는 것 같아요.”(참여자 9, 중장년 남성)
3) 울분을 강화시키는 맥락적 조건(Contextual conditions)

(1) 불공정한 사회·노동구조 속 약자로의 위치화

체감실업자들의 울분은 개인의 성향이나 노력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불평등한 사회·노동 환경 속에서 강화되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팬데믹을 거치며 고용 체계의 불공정성과 제도적 격차를 직접 목격하고 경험하면서, 자신이 구조적으로 주변부에 머물러 있는 사람, 즉 사회적 약자로 고착되고 있다는 현실을 인식하였다. 청년층 참여자들은 인턴이나 단기 계약직 구조에서 “노동력만 쓰고 버려진” 경험을 반복하며, 채용 과정에서의 불공정성이 만연하다고 느꼈다. 또 다른 참여자는 실직 과정의 부당함을 떠올리며 “부당하다고 말해도 달라지는 건 없고, 결국 노력으로 안 되는 사회라는 걸 깨닫게 된다”고 설명하였다. 일부는 “불공정한 세상이라는 걸 알지만, 내가 목소리를 낸다고 바뀌지 않는다”며 기대를 접고 개인적 생존에만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불공정한 사회·노동 구조는 체감실업자들을 지속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머물게 하는 체계적 조건으로 작용하며, 울분은 단지 개인적 감정이 아니라 제도적 배제와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인식적 분노로 확장되고 있었다.

“코로나 이후에는 인턴을 했다가 정규직 전환되거나 계약직으로 이어지는 게 흔한데, 요즘은 그런 과정 자체가 많이 무너졌어요. 인턴 전환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지원했는데, 막상 일은 일대로 다 시키고선 ‘상황이 어려워서 전환은 힘들다’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냥 노동력만 쓰고 버리는 거죠. 채용 비리도 계속 터지고, 학연·지연이 중요한 사회라고 느껴지니까⋯ 이게 정상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참여자 6, 청년 남성)
“(실직 당한 상황이) 너무 부당하다고 생각해요. 같이 그만둔 사람들도 다 그렇게 느꼈고요. 그런데 부당하다고 말해도 달라지는 건 없더라고요. 결국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식이죠. 그런 회사도 문제지만 사회 자체가 불공정해요. 노력하면 된다고들 말하잖아요? 근데 이 사회는 노력으로 안 돼요. 그게 제일 화나요. 결국 돈 많으면 다 되는 것 같고⋯.”(참여자 2, 청년 여성)
“노력한다고 사회가 바뀌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더 이상 큰 기대를 안 하게 돼요. 불공정한 세상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제가 뭐라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으니까⋯ 그냥 제 생활권 안에서 어떻게든 버티고, 나를 발전시키는 쪽으로 생각하게 돼요”(참여자 3, 중장년 여성)

(2) 외적 요인으로 인한 일터의 재구성과 기회의 박탈

체감실업자들의 울분은 개인의 역량 부족이나 준비 미흡 때문이 아니라, 팬데믹으로 인한 노동 환경의 급격한 재편과 기회의 불균등한 분배 속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코로나19라는 외적 요인 때문에 일터가 사실상 해체되는 경험을 반복했다. 대면 업무를 기반으로 하던 직종은 일감이 급격히 줄어들어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고, 일부는 회사의 위기 속에서 더 이상 머물기 힘들어 스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창업이나 자격 준비를 했던 참여자들 또한 시장 자체가 사라지거나 수요가 전면 중단되면서 “길이 막혀버린 느낌”을 받았다고 진술하였다. 프리랜서나 자영업자는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와 일거리가 일시에 중단되며 “할 수 있는 일이 아예 없어진” 경험을 겪었다.

“제가 하던 일은 사람을 직접 만나야 하는 직업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일이 확 줄었어요. 회사도 너무 힘든 상황이라 공인중개 실적도 안 나오고, 사장님도 지쳐 있는 게 보이니까⋯ 계속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결국 버티기 어려워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요”(참여자 5, 중장년 여성)
“코로나가 막 시작됐을 때인데, 감염은 아닌데 증상이 비슷해서 몸이 많이 안 좋았어요. 회사도 어려운데 제가 계속 쉬니까 눈치도 보이고⋯ 그러다 보니 퇴직하게 됐죠. 어쩔 수 없었어요.”(참여자 9, 중장년 남성)
“왁싱샵을 창업하려고 피부미용 자격증을 준비했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해외여행도 못 가고, 여름에 수영장도 못 가고⋯ 수요가 아예 없어진 거예요. 자격증도 따고 준비도 많이 했는데, 사람이 없으니까 제가 해봤자 수익이 안 나는 구조였죠. ‘아, 이 길이 아니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1500만 원 정도 썼는데, 그냥 포기했어요.”(참여자 7, 청년 여성)
“2019년쯤 제 영역에서 프리랜서 사업장을 만들어볼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6개월이 지나도 잠잠해지지 않고, 맡았던 프로젝트들도 다 홀드가 됐어요. 1~2년을 그렇게 보내다 보니 사업장은커녕 프리랜서 일도 제대로 안 되더라고요.”(참여자 4, 중장년 남성)
4) 울분의 내면화와 상호작용 양상(Action/Interaction)

(1) 감정 억눌림의 만성화

체감실업자들은 반복되는 불안과 좌절 속에서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억누르는 방식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팬데믹으로 인한 부당한 현실에 대한 분노가 강하게 표출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화를 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며 감정은 점차 내면으로 침전되었다. 이처럼 지속적인 억제는 단순한 인내가 아니라, 감정적 피로감과 표현 불능감이 결합된 만성적 억눌림으로 나타났고, 울분은 외부로 표출되지 못한 채 내면화되어 정서적 탈감각화와 자기 감정조절의 소진을 심화시키고 있었다

“이게 (울분이) 너무 만성화가 되다 보니까 ... 사실 억울한 감정이 없는 건 아니에요. 상황이 안 좋게 맞물려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면, ‘내가 조금만 다른 상황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들고⋯ 그 ‘만약’이라는 생각이 시작되면 억울함이 계속 올라오는 거죠.”(참여자 6, 청년 남성)
“초기에는 코로나 때문에 망했다고 욕도 하고 그랬죠. 근데 이제는 그런 말도 안 나와요. 뭐라고 해도 달라지는 게 없으니까⋯ 다 지나갔어요.”(참여자 9, 중장년 남성)

(2) 실패를 자신에게 귀인함

반복된 실업과 배제 경험은 체감실업자들로 하여금 외부의 부당함보다 자신을 문제의 원인으로 돌리는 방향으로 사고를 수축시키고 있었다. 일부 참여자는 구직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한 자신을 비난하며, “준비가 부족했고 더 빨리 대응했어야 했다”는 후회를 반복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해고 상황을 돌이켜보며 “조금 더 참았어야 했다”, “애초에 다른 전공을 선택했어야 했다”고 말하며 직업 선택 자체를 개인적 실패로 재구성하고 있었다. 어떤 참여자는 같은 시기에 잘되는 업종 사례를 떠올리며 “결국 내 준비가 미흡했다”고 평가하는 등, 구조적 요인보다 자기 책임을 더 크게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회사에서 잘린 것도, 사실 제가 좀 더 참았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애초에 다른 전공을 했으면, 건설업 말고 다른 일을 했으면 어땠을까⋯ 그런 후회가 자꾸 들어요. 결국 다 제 선택 때문인 것 같아서요.”(참여자 9, 중장년 남성)
“결국 제 잘못이죠. 준비가 부족했던 거예요. 코로나19에 너무 겁을 먹고 적극적으로 구직을 못 했던 게 인생에서 제일 후회돼요. 그때 좀 더 움직였으면 달라졌을까 싶고⋯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참여자 6, 청년 남성)
“코로나 상황에서도 밀키트나 반찬 배달업처럼 잘 되는 사업들이 있었잖아요. 그런 걸 보면 ‘내가 준비가 부족했던 건가?’ 이런 생각이 절반은 들어요. 상황 탓만 할 수는 없다는 생각도 들고요.”(참여자 4, 중장년 남성)
5) 울분의 심리적·행동적 귀결(Consequence)

(1) 고립과 관계 해체의 가속

체감실업자들은 반복된 좌절과 사회적 불신 속에서 점차 타인과의 관계를 단절하며 심리적 고립이 가속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한 참여자는 울분이 깊어질수록 사람을 피하게 되고 “자기만의 웅덩이에 빠지는 느낌”이 든다고 표현했다. 다른 참여자는 경제적·정서적 여유가 줄어들면서 “괜히 부담을 줄까 봐, 얻어먹을까 봐 사람을 덜 만나게 된다”고 말하며 관계 유지의 부담감을 드러냈다. 또 어떤 참여자는 사람을 볼 때 먼저 의심과 체념이 앞서며 “결국 똑같이 버리고 갈 것”이라는 불신이 자리 잡았다고 설명하였다. 이처럼 축소된 관계망과 신뢰의 악화가 다시 심리적 피로를 심화시키는 순환 속에서, 고립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반복된 배제와 상처 경험이 누적된 사회적 산물로 나타났다.

“제가 보니까 울분이 온 사람들은 사람을 안 만나는 것 같아요. 그냥 자기만의 웅덩이에 빠지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참여자 3, 중장년 여성)
“제가 조금 위축되는 것 같아요. 지방에 사는데 집에 내려가는 것도 덜하게 되고, 친구들도 다 결혼해서 잘 못 만나기도 하지만⋯ 제가 먼저 연락하기도 좀 그렇고요. 제가 성격상 베푸는 걸 좋아해서 만나면 밥도 사고 싶은데, 지금 쉬는 게 돈이 많아서 쉬는 게 아니니까 그런 게 자꾸 걸려요. 괜히 얻어먹는 것도 싫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을 덜 만나게 됐어요.”(참여자 1, 청년 남성)
“요즘은 사람을 보면 ‘저 사람도 결국 똑같겠지, 나를 이용하다 버릴 거야’ 이런 생각이 먼저 들어요. 그런 체념 같은 게 생겨서, 그냥 사람을 미리 판단해 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참여자 6, 청년 남성)

(2) 쇠약해지는 건강

체감실업자들의 울분은 장기적인 심리적 긴장과 신체적 피로로 이어지며 전반적인 건강의 쇠약화로 나타나고 있었다. 일부 참여자들은 감정을 스스로 달래기 위해 음주가 늘거나, 술을 마시면 “괜히 눈물이 난다”고 표현하며 정서적 고통이 부정적 건강행동으로 번져가는 양상을 보였다. 또 다른 참여자는 경제적 압박과 장기화된 우울감 속에서 “자신감도 떨어지고, 우울해지니 건강도 같이 안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하며, 정서 상태가 직접적으로 신체적 쇠약과 연결되는 경험을 설명했다. 한 참여자는 일을 그만두고 시간이 생기면 나아질 줄 알았지만 오히려 “몸이 아프고 무기력해지고, 사람도 잘 못 만나면서 시간들이 헛된 느낌”이라고 진술하며, 신체적 건강 영향으로 귀결되는 과정을 드러냈다.

“요즘은 술을 자꾸 많이 마시게 돼요. 확 취해서 아무 생각 안 하고 싶어서요. 그런데 술이 늘다 보니 속도 안 좋고⋯ 마시면 계속 눈물이 나고 그래요”(참여자 3, 청년 여성)
“경제적인 문제도 그렇고 이게 오래되다 보니까 자신감도 떨어지고, 가족들 보기도 좀 미안하고⋯ 그러다 보니 우울해지고, 우울하니까 건강도 같이 안 좋아지는 것 같아요.”(참여자 9, 중장년 남성)
“일을 그만두면 좀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몸도 같이 아프더라고요. 나이 때문도 있겠지만, 계속 무기력해지고 시간이 다 헛된 느낌이고⋯ 사람들도 잘 못 만나니까 더 그런 것 같아요. 아이들 키우고 집안일만 하다 보면 제 시간을 위한 여유가 없고, ‘내가 뭘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참여자 5, 중장년 여성)
6) 울분 완화에 영향을 미치는 중재적 조건(Intervening conditions)

(1) 울분 감정 조절에 도움 되는 개인적·사회적 요인

체감실업자들은 장기화된 실업 상황 속에서도 개인적·사회적 자원을 활용해 울분을 완화하려는 노력을 시도하였다. 이들은 스트레스와 감정적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운동, 산책, 지인과의 대화 등 해소 방식을 활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회복은 부분적이고 일시적인 경우가 많았다. 참여자들은 “처음엔 도움이 됐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생각만 많아지고 스트레스가 다시 쌓인다”며 한계를 경험하였고, 감정 회복의 핵심 조건으로 대부분 ‘다시 일할 수 있음’을 꼽았다. 한 참여자는 마음이 회복되려면 “취업이 1순위”라고 말했고, 또 다른 참여자는 재취업 후 “내 자리를 다시 찾아가고 있다”는 감각과 함께 그동안 쌓였던 울분과 자존감 저하가 크게 완화되었다고 진술하였다. 일부는 상담이나 조언보다 “일만 있으면 우울감이 풀린다”고 말하며, 노동의 재진입이 단순한 경제 회복을 넘어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 인정의 핵심 경로임을 강조했다.

“(산책이) 처음엔 도움이 됐어요. 한두 달은 스트레스도 좀 풀리고 괜찮았는데, 3개월쯤 지나니까 오히려 생각만 많아지고 스트레스가 다시 쌓이더라고요. 이제는 산책이나 운동으로도 잘 해소가 안 돼요.”(참여자 9, 중장년 남성)
“(마음의 힘듦이 괜찮아지려면) 일단 취업이 1순위죠.”(참여자 2, 청년 여성)
“47살에 계약직으로 다시 취업한 지 6개월 됐는데, 다시 일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해요. 예전엔 울분이 계속 쌓였는데, 지금은 거의 다 털어낸 것 같아요. 재취업하고 나니까 ‘내 자리를 다시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그동안 구직이랑 육아 스트레스로 떨어졌던 자존감도 많이 회복됐어요.”(참여자 8, 중장년 남성)
“구직 상담 같은 건 필요 없어요. 그냥 일만 있으면 제일 큰 우울감은 다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일만 있으면 다 괜찮아질 거예요.”(참여자 9, 중장년 남성)

(2) 취업지원제도의 실용적 수용과 한계

체감실업자들은 한국의 취업지원제도에 대해 대체로 취지는 좋지만 실질적 도움이 부족하다고 평가하였다. 재교육, 직업훈련, 상담 프로그램 등은 형식적이거나 참여자의 연령·경력·직종 현실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에 따라 지원정책을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일부는 단기 직업훈련 프로그램이 실제 역량이나 경력 수준과 맞지 않아 “보여주기식 프로그램”으로 느껴졌다고 말하며, 짧은 커리큘럼과 형식적 취업 연계로 인해 실질적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중장년층의 경우 연령에 맞는 일자리나 재취업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실업 문제에서 “중장년층 소외가 팬데믹보다 더 큰 문제처럼 느껴진다”고 진술했다. 또한 지역 간 제도 격차와 파편화된 지원 체계로 인해, 지방에서는 원하는 직종의 일자리 자체가 적고, 지원 프로그램 역시 수도권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는 경험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참여자들은 단순한 일자리 알선보다 실제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연령·지역·경력 기반의 맞춤형 지원, 그리고 심리적 지지 체계의 병행을 요구하였다.

“두 달 동안 단기 서비스 플랫폼 강의를 들었는데, 솔직히 보여주기식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컴퓨터 개발을 배워본 적도 없는데 커리큘럼이 너무 짧고 진도가 빨라서 따라가기도 힘들었고요. 성과를 맞추려는 느낌만 나서 결국 그만두게 됐어요. 관심 있는 수업도 지역마다 편차가 커서 원하는 곳에서는 열리지도 않았고, 국비 지원 훈련 자체도 많지 않더라고요.”(참여자 1, 청년 남성)
“코로나 상황도 문제였지만, 실업에서는 중장년층 소외가 더 크게 느껴졌어요. 나이가 들면 이직이 정말 어려운데, 정치권은 그런 현실을 잘 못 느끼는 것 같아 답답해요. 50, 60대가 다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도 필요하고, 같은 연령대끼리 정보를 나누고 지지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있다면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아요.”(참여자 4, 중장년 남성)
“지방은 청년 지원제도가 경기도나 수도권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어요. 지자체마다 제도가 천차만별한 상황이고, 지역엔 애초에 원하는 직렬의 회사도 없어요. 지방 청년이나 성인 실업자에게는 온라인으로 심리 상담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방식이나, 담당 공무원들의 인식부터 바뀌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참여자 6, 청년 남성)

Ⅳ. 논의

본 연구는 근거이론 방법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체감실업자가 경험한 울분 감정을 재구성하고 기제를 탐색하였다. 분석 결과, 체감실업자의 울분은 노동의 상실로 인한 무효화 경험과 관계 속에서 유발 및 강화되는 자아 훼손이 인과적 조건으로 작동하고, 불공정한 사회·노동 구조와 팬데믹에 따른 일터의 재구성이 맥락으로 개입하는 가운데, 감정 억눌림과 실패의 자기귀인이라는 상호작용 과정을 거쳐 고립과 관계 해체의 가속, 건강의 쇠약화로 연결되는 순환적 심리체계로 나타났다. 이러한 과정은 울분이 일회적 감정이 아니라, 부당한 경험에 대한 반추, 만성화, 내면화를 포함하는 과정적 속성을 지닌다는 선행연구의 담론(Linden, 2003; Linden & Noack, 2018; Linden & Maercker, 2011)과 상응하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사회적 위기 속에서 그 과정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본 연구의 해석은 울분을 주로 개인의 성향, 인지 왜곡, 병리적 반응으로 보아온 기존 논의에서 한 걸음 나아가, 체감실업자의 울분을 노동시장의 불평등과 제도적 배제 경험 속에서 심화되는 사회적 감정으로 이해할 여지를 제시한다. 팬데믹 시기 참여자들이 보고한 경험은, 실업과 노동의 경계에서 반복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관계 속 비교와 낙인, 지원에서의 반복적 배제를 겪으면서, 불공정한 조건에 대한 분노와 함께 자신의 가치와 권리가 훼손되었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노동 취약 집단의 울분을 단지 개인 내면의 취약성으로 환원하기보다, 공정하지 않은 사회·노동 구조에 대한 도덕적 반응이자 개인의 생존 전략이 교차하는 현상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첫째, 본 연구 결과는 울분의 발생 배경을 개인의 결함 서사로 환원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참여자들은 실업과 노동의 경계에서 반복적인 탈락과 배제 경험을 겪었고, 가족과 지인 관계 속에서 비교, 낙인, 죄책감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 이러한 경험은 자아존중감과 정체성의 약화를 동반했고, 이는 울분이 형성되는 심리적 토대로 해석될 수 있다. 즉, 참여자들에게 실업은 단순한 소득 상실을 넘어, 존재가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로 경험되었고, 자신이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존재가 되었다는 감각과 결합하여 심리적 상처에 가까운 반응을 동반했다. 이러한 양상은 체감실업자의 울분이 경제적 결핍 자체에 대한 분노를 넘어서, 자신의 가치와 권리가 부정되었다는 인식에서 비롯되는 복합 심리구조로 이해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Linden, 2003; Muschalla & Linden, 2011).

둘째, 본 연구에서 관찰된 울분은 노동 환경의 변화와 사회적 불공정이 결합된 맥락 속에서 형성되고 심화되는 경향을 드러낸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예고 없는 일터의 축소와 소득 기반 상실을 가져왔고, 방역조치와 산업별 회복 격차는 일부 집단을 반복적으로 주변화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참여자들은 고용 형태나 연령, 업종에 따라 지원과 기회가 불균등하게 배분된다고 인식하며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는 감정을 강화했다. 그 결과 울분은 불안·우울과 같은 일반적 감정 반응을 넘어 부당함과 억울함, 배제감이 중첩된 것으로 경험되었고, 일부 참여자에게서는 “버려졌다”, “더 이상 필요 없는 사람이다”라는 감각과 함께 사회구조에 대한 도덕적 판단의 의미로 확장되었다. 이는 팬데믹 상황에서 체감된 불공정성이 울분을 유발하고 유지하는 중요한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J. Shin & You, 2022; Linden, 2003; Linden & Noack, 2018), 울분을 구조적 불평등과 제도적 배제에 대한 인지적·심리적 반응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본 연구에서 나타난 울분은 개인의 감정 차원을 넘어 사회적 신뢰의 약화로 확장되는 양상을 보였다. 팬데믹 시기의 실업은 단순한 일의 부재만이 아니라, 관계의 단절과 기회의 불평등을 동반하며 사회적 지지망의 붕괴를 촉발하였다. 참여자들은 “정부 지원제도는 보여주기식이다”, “일터의 기회는 특정 사람에게만 돌아간다”는 식으로 진술하며, 제도적 무력감과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표현했다. 이러한 인식은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강화하며, 울분이 반복되고 만성화되는 심리적 순환 구조를 심화시켰다. 즉, 팬데믹이라는 사회적 위기 맥락에서 체감실업자의 울분은 단지 개인적 상실의 감정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신뢰와 제도적 공정성의 약화가 개인의 심리적 탈진을 매개하는 과정으로 확장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때의 울분은 사회 제도의 부정의에 대한 도덕적 감정 반응으로도 읽힐 수 있으며, 사회적 관계의 불균형과 제도적 불신이 개인의 심리체계에 내면화되는 현상을 보여준다.

넷째, 대처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반복된 구직 실패와 사회적 무시 속에서 울분을 외부로 표출하기보다, 스스로를 비난하거나 감정을 억제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러한 내면화는 Lazarus (1991)의 ‘감정조절적 대처(emotion-focused coping)’와 부분적으로 유사하나, 단순한 자기통제라기보다 사회적 낙인과 관계 단절을 회피하려는 반응으로 이해된다. 이와 같은 내면화 과정은 울분이 해소되지 못하고 반추와 기능저하, 사회적 철수로 이어지는 선행 연구의 경향(Linden, 2003; Linden & Noack, 2018; Linden & Maercker, 2011)과도 맥락을 같이하며, 감정의 만성적 순환이 사회적 맥락 속에서 지속되는 위험성을 보여준다.

다섯째, 본 연구에서 나타난 울분의 과정은 관계 단절과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키며, 나아가 심리적 고통이 신체적 수준으로 전이되는 양상으로도 드러났다. 참여자들은 사회적 접촉을 점차 회피하거나 스스로 관계를 끊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정서적 위축과 관계 회피는 고립감과 긴장을 누적시키며, 부정적 건강행동의 심화와 악화된 건강에 대한 호소로 이어졌다. 즉, 울분은 단순히 심리적 불편감을 넘어서, 관계 단절과 고립, 신체적 긴장이 맞물린 복합적 경험으로 나타났다.

여섯째, 개인적·사회적 자원은 울분을 완화하는 회복 요인으로 작용하면서도 동시에 그 한계를 드러내는 양가적인 요소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운동, 자기계발, 종교 활동 등 개인적 노력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시도하거나, 고용지원센터·재취업 프로그램 등 제도적 자원을 활용하려 했지만, 이러한 시도는 대부분 단기적 효과에 그쳤다. 특히 형식적인 행정절차나 실질적 일자리 부족은 오히려 무력감과 불신을 심화시켰다. 이는 울분의 회복이 개인의 회복탄력성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제도적 공정성과 관계적 지지의 실질적인 복원이 함께 이루어질 때 진정한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하면, 본 연구는 체감실업자의 울분은 개인 내적 정신심리 기제가 아니라, 팬데믹 위기 상황에서 사회적 조건 곧 고용과 노동의 주체로서 형성되는 사회적 감정임을 확인하였다. 이런 결과는 울분을 우울, 불안과 더불어 공중보건 관점에서 다루어야 할 정서적 위험 요인으로 재해석할 필요성을 제기하며, 보건교육 및 건강증진 프로그램에서도 울분을 모니터링하고 적절히 개입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체감실업자들에게 반복적으로 나타난 자기비난, 고립, 정서 억눌림은 지역사회 기반 정신건강서비스와 연계한 취업지원과 정신건강지원의 통합 개입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의 한계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코로나19 시기 체감실업자의 울분 경험을 탐색하기 위해 10명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질적 연구로 수행되었으며, 표본의 규모와 구성에서 한계를 지닌다. 참여자들은 주거 안정성과 학력 수준이 비교적 높은 집단으로, 보다 취약한 계층(비정규직, 단기근로자, 저학력층 등)의 경험을 일반화하기 어렵다. 향후 연구에서는 연령, 직업, 지역 등 다양한 배경을 포함한 표집 확대가 필요하다. 둘째, 본 연구의 자료 수집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고 방역 단계가 일상 대응 체계로 전환된 팬데믹 후기에 수행되었음에 따라, 참여자들이 팬데믹 초기의 급격한 충격보다는 장기화된 불확실성과 구조적 변화의 누적효과를 중심으로 경험을 재구성하도록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나타난 울분의 과정은 팬데믹 후반기의 시기적 조건이 반영된 결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셋째, 본 연구는 근거이론을 활용하여 울분의 형성과정을 탐색하였으나,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감정 변화나 회복 과정을 추적하지는 못했다. 넷째, 본 연구는 참여자의 주관적 진술을 중심으로 분석하였기에, 우울·분노·사회적 지지 수준 등 정량적 지표와의 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 향후 혼합방법 연구를 통해 울분의 심리·사회적 특성을 보다 입체적으로 규명함으로써, 구조적 조건과 심리적 반응 간의 상호작용을 더욱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Ⅴ. 결론

본 연구는 근거이론적 접근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체감실업자가 경험한 울분의 구조와 의미를 탐색하였다. 그 결과, 울분은 개인의 성향이나 인지적 왜곡의 산물이라기보다, 사회적 불평등과 구조적 부당성 속에서 강화되는 감정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체감실업자의 울분은 노동의 무효화와 관계적 맥락으로 훼손된 자아로부터 형성되어, 감정 억눌림과 실패의 자기귀인, 사회적 고립과 심리적·신체적 소진으로 이어지는 복합적 과정임이 드러났다. 이러한 결과는 울분을 단순한 분노나 병리적 반응으로 보기보다, 불공정한 사회질서에 대한 도덕적·정체성적 감정 반응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아울러 체감실업자의 울분은 개인의 회복탄력성만으로는 충분히 조절되기 어렵고, 제도적 공정성과 관계적 지지의 복원이 병행될 때 완화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체감실업자의 울분을 공중정신건강 측면에서도 중요한 개입 대상으로 고려해야 함을 보여준다. 특히 울분에 대한 사회적 지지 강화, 고용·복지 서비스의 연계와 같은 건강증진 전략은 노동저활용 집단의 정서적 회복과 재통합을 지원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1-2023년도 정부(교육과학기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o. NRF-2021S1A5A2A01068495).

References

  • Choi, J., Shin, J., & You, M. (2024). A scoping review of the impact of negative employment change on health during the COVID-19 pandemic. Health and Social Welfare Review, 44(3), 252-272. [https://doi.org/10.15709/hswr.2024.44.3.252]
  • Corbin, J. M., & Strauss, A. L. (2014). Basics of qualitative research: Techniques and procedures for developing grounded theory (4th ed.). SAGE Publications.
  • Hwang, S. (2010). Measurement of unemployment and extended unemployment indicators in Korea. Korean Journal of Labor Economics, 33(3), 89-127.
  • Kim, Y., Baik, S. Y., Jin, M. J., Choi, K.-H., & Lee, S.-H. (2020). The mediating effect of embitterment on the relationships between anxiety, depression, and suicidality. Psychotherapy and Psychosomatics, 89(6), 395-397. [https://doi.org/10.1159/000506647]
  • Lazarus, R. S. (1991). Emotion and adaptation. Oxford University Press. [https://doi.org/10.1093/oso/9780195069945.001.0001]
  • Linden, M. (2003). Posttraumatic embitterment disorder. Psychotherapy and Psychosomatics, 72(4), 195-202. [https://doi.org/10.1159/000070783]
  • Linden, M., Arnold, C. P., & Muschalla, B. (2022). Embitterment during the COVID-19 pandemic in reaction to injustice, humiliation, and breach of trust. Psychiatry International, 3(3), 206-211. [https://doi.org/10.3390/psychiatryint3030016]
  • Linden, M., & Noack, I. (2018). Suicidal and aggressive ideation associated with feelings of embitterment. Psychopathology, 51(4), 245-251. [https://doi.org/10.1159/000489176]
  • Linden, M., & Maercker, A. (Eds.). (2011). Embitterment: Societal, psychological, and clinical perspectives. Springer-Verlag Publishing/Springer Nature. [https://doi.org/10.1007/978-3-211-99741-3]
  • Muschalla, B., & Linden, M. (2011). Embitterment and the workplace. In M. Linden & A. Maercker (Eds.), Embitterment: Societal, psychological, and clinical perspectives (pp. 154–167). Springer-Verlag Publishing/Springer Nature. [https://doi.org/10.1007/978-3-211-99741-3_12]
  • Muschalla, B., Vollborn, C., & Sondhof, A. (2021a). Embitterment as a specific mental health reaction during the Coronavirus pandemic. Psychopathology, 54(5), 232-241. [https://doi.org/10.1159/000517447]
  • Muschalla, B., Vollborn, C., & Sondhof, A. (2021b). Embitterment in the general population after nine months of COVID-19 pandemic. Psychotherapy and Psychosomatics, 90(3), 215-216. [https://doi.org/10.1159/000514621]
  • Shin, C., Han, C., Linden, M., Chae, J.-H., Ko, Y.-H., Kim, Y.-K., Kim, S.-H., Joe, S.-H., & Jung, I.-K. (2012). Standardization of the Korean version of the posttraumatic embitterment disorder self-rating scale. Psychiatry Investigation, 9(4), 368-372. [https://doi.org/10.4306/pi.2012.9.4.368]
  • Shin, J., Lee, Y., Cho, S., Sung, J., Kim, S., Lee, S., Choi, I., Han, C., & You, M. (2025). Implication of findings from a two-wave survey on embitterment in South Korea for strategies to promote mental health of the general public. Psychological Trauma: Theory, Research, Practice, and Policy, 17(1), 196-206. [https://doi.org/10.1037/tra0001610]
  • Shin, J., & You, M. (2022). Embitterment among the unemployed: A multiple mediation model of belief in a just world. Work, 72(1), 211-220. [https://doi.org/10.3233/WOR-205228]
  • Statistics Korea. (2025). Employment supplementary indicators (Korean, authors’ translation).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sso=ok&returnurl=https%3A%2F%2Fkosis.kr%3A443%2FstatHtml%2FstatHtml.do%3FtblId%3DDT_1DA7300%26orgId%3D101%26
  • Strauss, A., & Corbin, J. (1998). Basics of qualitative research: Techniques and procedures for developing grounded theory (2nd ed.). SAGE Publications.

[Figure 1]

[Figure 1]
Conceptual model (coding paradigm) of the manifestation of embitterment among labor-underutilized adults during the COVID-19 pandemic

<Table 1>

Sociodemographic characteristics of study participants

No. Gender Age
(group)
Education Marital
status
Monthly
household
income
Type of
residence
Residential
area
Urban/
Rural
Household
size
Children
Notes. Stratified random sampling was applied based on age group and gender when recruiting participants.
1 Male 39
(Young adult)
Bachelor’s Single 2–3 million KRW Jeonse
(long-term deposit lease)
Seoul Urban 1 None
2 Female 29
(Young adult)
Bachelor’s Single 5–6 million KRW Jeonse Chungbuk Urban 3 None
3 Female 44
(Middle-aged)
Bachelor’s Married 3–4 million KRW Owned house Incheon Urban 5 or more Yes
4 Male 52
(Middle-aged)
Bachelor’s Single 5–6 million KRW Owned house Gyeonggi Urban 3 None
5 Female 44
(Middle-aged)
Bachelor’s Married 4–5 million KRW Jeonse Seoul Urban 4 Yes
6 Male 27
(Young adult)
Bachelor’s Single 2–3 million KRW Jeonse Gyeongnam Urban 3 None
7 Female 30
(Young adult)
Bachelor’s Married 10–15 million KRW Owned house Chungnam Rural 2 Yes
8 Male 47
(Middle-aged)
Master’s Married 7–10 million KRW Owned house Busan Urban 3 Yes
9 Male 52
(Middle-aged)
Bachelor’s Married Less than 1 million KRW Owned house Daejeon Urban 5 Yes
10 Female 40
(Middle-aged)
High school Married 4–5 million KRW Monthly rent Gyeongnam Urban 4 Yes